어떤 초대 / 머핀 만들어드릴게요

by 가야

친하지 않은 분에게 카톡이 왔다.


나는 카톡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카톡 카톡 하는 소리도 그렇고, 내가 아는 글과 사진을 퍼 나르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꽃을 가꾸면서 알게 된 분이다.


카톡의 내용인즉 자신이 요즘 요리학원에 다니는 데, 머핀과 마들렌을 배웠으니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머핀 좋아하세요?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혼자 오시기 뭐 하면 친구랑 함께 오세요."


이 초대에 난감했다.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하는 일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중한 그의 초대를 그냥 지나쳐버린다는 일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이 초대에 동행해 줄 것인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집에 머핀을 먹으러 선뜻 따라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초대를 한 사람은 독신 남자이다.


"오늘은 시간이 안되고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연락드릴게요."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마침 5층에 사는 친구가 놀러 왔고, 내가 머핀 먹으러 가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좋다고 한다.


곧바로 그에게 카톡을 보냈고, 오후 2시쯤 친구와 방문해도 좋겠는지 물었더니 그러란다.


오후 2시 그의 집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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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자격증 소지자인 그가 드립에 간 커피를 내리는 동안 정갈한 그의 집을 돌아본 친구가 말한다.


"남자 혼자 사는 데 되게 깨끗하게 해 놓고 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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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커피를 마시면서 머핀은 어디 있는지 물으니 그가 대답한다.


"지금 만들면 되죠. 같이 만들면 재미있잖아요."


오!


이게 무슨 말인가?

분명히 만들어주겠다고 했는데, 같이 만들자고?


친하지 않은 혼자 사는 남자 집에서 같이 머핀을 만들다니!


친구와 나는 동시에 서로를 보며 놀라는 표정을 짓자, 그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한다.


"원래 이렇게 하지 않나요?"


어이가 없었지만 친구와 나는 그와 머핀을 만드는 일에 동참해야 했다. 계란과 밀가루, 우유, 이스트 등을 스틴 볼에 넣고 거품기로 잘 저었다. 옷에는 밀가루가 묻고 어설펐지만 친구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조금 덜 미안했다.


그는 한술 더 떠 마들렌까지 만들어준단다. 우리는 극구 사양했지만,


오븐이 어디 있냐고 물으니 에어프라이어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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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완성된 머핀과 마들렌이다.


초등학생이 만든 것처럼 모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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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들어 먹기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


모양은 별로이지만 맛은 그럭저럭인 머핀 한 개와 마들렌을 한 조각씩 먹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현관 앞까지 따라 나온 그가 말한다.


"다음에 또 올 거죠?"


친구와 나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온몸에 밀가루가 묻어있는 서로를 보며 너무나 우스워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주차장에 내려왔을 때, 친구가 말했다.


"이런 경험은 세상에 태어나서 첨이야!"


"나도 그래!"


우리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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