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여는 아침

5월 16일 탄생화 조밥나물

by 가야

순결한 마음을 닮은 노란 숨결 – 조밥나물

꽃말: 순결한 마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조용히 피어나 조용히 사라지는 꽃들이 있다.


눈에 잘 띄지 않고, 발길 닿는 곳 어디쯤에


소리 없이 스며들 듯 피어 있는 봄꽃들.
조밥나물도 그런 꽃이다.

민들레 꽃


“민들레인 줄 알았어요.”


처음 조밥나물을 본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말한다.

조밥나물 꽃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들레보다 훨씬 가녀리고 부드럽다.


꽃잎은 더 얇고 투명하고,
줄기는 바람에 쉽게 흔들릴 만큼 연약하다.


나는 그 여림에 마음을 빼앗겼다.


마치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꽃.


소리 없이 피어 있어,

소리 없이 마음에 남는 들꽃.


이 꽃의 이름은 조밥나물.
이름부터 정겹고 따뜻하다.


누군가에게는 봄이면 살짝 데쳐 밥상에 올리던 나물이었고,
누군가에겐 하루를 멈추게 만든 노란 한 송이였을 것이다.




조밥나물의 꽃말은 ‘순결한 마음’이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들꽃에게
이렇게 맑은 뜻이 붙은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숨어 피는 꽃.


그런데도 햇살을 품으면 그렇게 눈부시다.



어느 봄날,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난 조밥나물 앞에 나는 멈춰 섰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가장 순수하게 피어 있는 작은 존재를 마주하고는


잠시 말이 사라졌다.


순결한 마음.
내가 잊고 있던 말이었다.


요즘,
이름보다 겉모습이 앞서는 세상에서


이 작고 노란 들꽃은
그 이름 하나로 모든 걸 말하고 있었다.



오늘 나는
민들레가 아닌 조밥나물 앞에서,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의 잎사귀 하나를 펼쳐본다.

사진 / 국립수목원


말없이 건네는 위로처럼,
노란 숨결이 가슴에 와닿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 번 옷을 갈아 입는 꽃 – 설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