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이야기
어느 날 저녁, 산책길에 만난 이팝나무.
바람 한 줄기에도 수북이 떨어질 듯한 하얀 꽃들이
고요하게 가지 끝에 매달려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팝나무꽃을 보면
나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아주 먼 곳, 오래전에 잃어버린 누군가를
불쑥 다시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누군가 그랬다.
이팝나무는 흰쌀밥처럼 꽃을 피운다고.
한낮에 눈부시게 피었다가,
해거름이면 쓸쓸히 스러지는 꽃처럼.
그 모습이 꼭,
기다림으로 지은 밥 같다고.
그 말을 듣고 난 이후로
나는 이팝나무 아래에 서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숨어 있던 사람들을 꺼내어 본다.
다시 오지 않을 봄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얼굴들.
그리움은 때로 그 존재가 아니라,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기억으로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팝나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저 조용히 피어 있다가
어느새 모두 쏟아놓고는
덩그러니 가지만 남긴다.
그렇게 지나가는 봄을 한 번 더 놓치고,
나는 오늘도 이팝나무 아래에 선다.
혹시라도.
정말로.
누군가 나를 불쑥 찾아올까 봐,
괜히 심장이 두근거리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