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언제 피는가– 계절과 시간의 언어
봄이면 벚꽃, 여름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언제 피느냐’ 보다 ‘왜 그때 피느냐’에 담긴 생존의 논리이자 생명의 타이밍입니다.
봄이 오기 전 추운 겨울을 겪어야만 꽃을 피우는 매화처럼, 어떤 식물은 추위라는 자극 없이는 개화를 시작하지 않기도 하지요.
이를 춘화(春化, vernalization)라고 부릅니다.
반면, 어떤 식물은 온도와 상관없이 ‘일장의 길이’로 개화 시기를 맞춥니다.
대표적으로 국화와 코스모스는 ‘짧은 낮, 긴 밤’을 감지해야만 꽃을 피우는 단일식물이고,
해바라기나 채송화는 긴 낮을 좋아하는 장일식물입니다.
이처럼 하늘의 시간을 읽는 능력은 꽃들에게도 본능처럼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꽃이 피는 시점은 생존의 신호만은 아닙니다.
고대인들은 꽃이 피는 시기를 농경 달력으로 삼았습니다.
매화가 피면 씨앗을 뿌리고, 보리가 패면 논을 갈았으며, 벚꽃이 지고 나면 모내기를 준비했지요.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봄에는 매화, 가을에는 국화를 보면 풍년을 점친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꽃은 단순한 계절의 장식이 아닌, 시간을 읽는 도구이자 생활의 기준이었습니다.
입학식에는 벚꽃이, 졸업식에는 장미나 프리지어가, 장례식에는 국화와 백합이 함께합니다.
그 순간의 감정과 꽃이 엮이면서, 꽃은 시간의 상징이자 기억의 형상으로 우리 곁에 남습니다.
우리는 왜 꽃을 피우는 시점을 기억하는가.
그 질문 속에는 계절을 기다리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리고 계절에 맞춰 피어나는 존재로서의 꽃이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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