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한 알에 담긴 6,700년 전의 신화

가야의 단상

by 가야

뻥튀기 한 알에 담긴 6,700년 전 신화: 비 오는 날의 바삭한 고찰


창밖으로 빗방울이 가느다랗게 떨어지는 아침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무릎에 올려둔 봉지에서 하얀 튀밥을 꺼냅니다. '와작' 소리를 내며 입안에서 순식간에 부서지는 이 바삭하고 고소한 튀밥. 이 흔하고 단순한 간식을 먹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인류는 언제부터, 그리고 왜 이토록 극적인 조리법을 발견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우리의 고향, 한반도의 쌀 튀밥을 넘어, 무려 6,700년 전 대서양 건너 남미의 고대 옥수수 밭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Ⅰ. 6,700년 전, 옥수수 속에 갇힌 영혼

우리가 먹는 튀밥의 가장 오래된 조상, 바로 팝콘(Popcorn)입니다. 고고학적 증거가 가리키는 팝콘의 기원은 페루에서 발견된 6,700년 전의 흔적입니다. 이토록 긴 역사는 옥수수가 고대 문명의 단순한 식량이 아니었음을 증명합니다.


마야와 아즈텍 문명에서 옥수수는 인간을 창조한 생명의 근원이자 신과 연결되는 신성한 매개체였습니다. 튀밥의 탄생 역시 과학 이전에, 신화와 상상력의 영역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딱딱한 옥수수 알갱이 속에 작은 영혼이 잠들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불의 열기가 알갱이 속으로 스며들 때, 영혼은 고통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마침내 껍질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리는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꽃으로 피어나며 영혼은 자유를 찾아 공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죠.


이 터지는 소리는 곧 영혼의 불만스러운 한숨이었고, 팝콘의 하얀 모습은 신에게 바치는 순결한 제물이었습니다. 튀밥 한 알이 단순한 간식을 넘어, 생명의 순환과 영혼의 해방을 상징했던 것입니다.


Ⅱ. 소리와 함께 피어난 실용의 지혜

고대인들의 경이로운 상상력이 튀밥의 기원이라면, 이 조리법을 이어오게 만든 것은 인류의 실용적인 지혜였습니다.


딱딱하고 소화하기 어려웠던 곡물에 열과 압력을 가해 튀기는 순간, 딱딱했던 전분 구조는 부드러운 거품처럼 팽창합니다.

소화의 혁신: 소화가 어려웠던 곡물은 입안에서 순식간에 녹는 부드러운 간식이 되어, 어린아이와 노인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생존 식량이 되었습니다.


휴대의 혁신: 부피는 커졌지만 무게는 가벼워진 튀밥은 긴 이동이나 전쟁 중에도 들고 다니기 쉬운 이상적인 비상 식량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뻥튀기 장수가 '뻥!' 소리와 함께 쌀을 튀겨냈던 것처럼, 이 소리는 단순히 놀라움의 소리가 아니라,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식량 가공의 성공적인 신호였던 것입니다.


Ⅲ. 전 세계의 추억을 잇는 바삭한 연결고리


튀밥은 시간을 거슬러 오늘날에도 전 세계인의 삶 속에 녹아 있습니다.

미국에서 팝콘은 찰스 크리에이터즈가 발명한 이동식 기계를 통해 대중화되었고, 대공황 시기에는 서민들의 가장 저렴하고 행복한 간식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팝콘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스크린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영화관의 영원한 상징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뻥튀기는 추억의 향수입니다. "뻥이요!"라는 외침과 함께 피어난 쌀 튀밥은 우리의 어린 시절과 명절 풍경에 빠지지 않는 정겨운 간식이었습니다. 기름 한 방울 넣지 않고 곡물 본연의 맛을 살린 뻥튀기는 건강한 간식 문화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지금 제 손에 들린 이 하얀 뻥튀기 한 알은 6,700년 전 남미의 신비로운 옥수수 신화에서 시작되어, 대공황기의 미국 극장을 거쳐, 한국 장터의 요란한 소리까지, 인류의 역사와 추억을 바삭하게 연결하는 매개체입니다.

비가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며, 저는 이 작은 튀밥 알갱이 속에 담긴 인류의 놀라운 발견과 상상력을 다시 한번 음미해 봅니다.


이 바삭한 고찰은 오늘 하루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H62es7LUEGg?si=dffmmufPRmiKuw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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