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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전생의 나와 닮은 사람

by 이가연

올해 최면 상담을 두 번 받았다. 첫째는 전생 체험이었고, 둘째는 걔와의 기억을 파헤치기 위함이었다. '걔가 도대체 뭐길래' 싶어서 이건 분명 전생의 인연이다 생각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다음은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최면 녹취록을 그대로 받아적었다. 상담사의 말은 일부 생략하였다.




상 : 가족의 온기가 느껴지는 집인가요?

나 : 아~~ 니 아니아니아니 이건 누가 있다가 없어진 거 같은데. 혼자 남은 거 같은데.

상 : 당신은 그 집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사는 거 같아요?

나 : 아 되게 공허해하네. 그래서 밖에 보고 돌아다니고 했던 거 같아요. 편안하지 않았어요. 한량의 느낌이 아니었어요.

상 : 당신이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었겠죠. (중략) 어린 시절의 당신을 떠올려보세요.


나 : 아까 똑같은 그 하얀 벽 떠오르고. 남자 아이가 길바닥에 앉아서 놀려고 하는데. 혼자 있어요. 그 하얀 벽 밖에요. 한 유치원생 7살? 근데 혼자 재밌게 노는 게 아니라. 울먹울먹거릴 거 같이 놀아요. 두리번..

상 : 그 집으로 들어가보세요. 당신을 키워주는 부모님이 있는지 떠올려보세요.

나 : 여자 한 명이 들어오라고 했어요.

상 : 그 여자는 어머니 같아요?

나 : 아닌 거 같은데. 가족이 아니다. 돌봐주는 여성?


(중략)

상 : 당신의 시간을 쭉 따라가서 청소년 시절로 가보세요. 한 14,5살. 어떤 인물이 되어 살고 있어요?

나 : 그대론 거 같아요. 아까부터 이 아이는 얼굴이 좀 그려지는 거 같아요. 맹~한. 눈 쪼그만하고 동글동글?

상 : 이 아이는 주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나 : 그냥 방에 앉아서.. 조용하고 책 읽는 거 좋아하고...

상 : 그럼 당신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누구죠?

나 : 근데 아까부터 떠올린 집이 그렇게 사람 냄새가 나는 거 같지 않아서. 그래도 밥을 챙겨주는 여자가 있지 않나.

상 : 그 여자가 당신의 이름을 부를 때, 뭐라고 부르는 거 같아요?

나 : XX아


(중략)

상 : XX이 당신은 미래에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거 같아요?

나 : 진짜 정말 조용하고. 그 큰 집에 별로 나갈 생각을 안 하고. 왜 그러지?

상 : XX이가 20대 성인이 되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떠올려보세요. 변화가 있어요?

나 : 갓 쓰고 거리를 걸어요. 되게 제법 차려입고. 좀 밝아진 거 같아요. 아까랑 분위기가 차원이 다른 기분? 거리 나가서 사람하고 얘기도 할 줄 알고. 말도 막 재밌게 할 줄 알고. 아까 애기 때랑 차원이 다르게 막 밝아져서.

상 : 알을 깨고 나온 거 같기도 하구요.


(중략)

나 : 주변에 사람이 없지. 아니 아까 젊을 때 생각할 때는, 남자 둘이랑 잘 차려입고 활발하게 얘기하는 거 떠올랐는데. 중년으로 얘기하니. 큰 집에서 마루에 혼자 앉아있고.

상 : 당신은 무엇에서 즐거움을 얻어요?

나 : 별로 안 즐거워보이는데.

상 : 당신은 사라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살아요?

나 : 감정을 못 느끼는 사람. 감정이 없어졌어요.


(중략)

상 : 이제 완전히 나이든 노년의 삶의 기억으로 가보세요.

나 : 또 아까 그냥 똑같은 집이에요. 그래도 와서 들여다봐주는 30-40대 여자가 있는 거 같아요. 살갑게 챙겨주려고 하고. 이것 좀 먹어보라고 하는

상 : 그 여자는 어쩌다가 가까워진 거 같아요?

나 : 모르겠어요. 그냥 이웃? 뭐지? 근데 왜 우리 엄마 같아보이지?

상 : 어떤 점에서 엄마가 느껴져요?

나 : 모르겠어요. 그냥 엄마 같다는 생각. 챙겨주니까 좀 살맛이 나나? 바구니 들고 여자가 이렇게 문을 넘어 오려고 하는 모습.

상 : 당신은 그 여자에게 어떤 감정을 느껴요?

나 : 너무 따뜻하다. 잘 챙겨주니 고맙다. 뭐 먹을 거 (웃음)

상 : 그 여자 말고 또 당신과 소통을 하나요?

나 : 남자애. 그 여자의 아들 같은? 얘는 내 동생인가. 오. 얘 내 동생인가. aww... 귀여워. 귀여워요. 오 얘 동생인가.

상 : 그 이웃들로 인해 행복했던 노년의 기억이 있다면 떠올려보세요.

나 : 오 잠깐만 그 아까 애기가 너무 귀여워요. aww.... 약간 눈물 나려고하는데. 왜 왜 이러지. 오 이거 눈물 나는 게 슬픈 게 아니라.


상 : 그 어린 아이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예요?

나 : 오 생명력 진짜. 활기. 생명. 생기. 막 막 귀여운. 그냥 그 여자랑 애기를 생각하면 눈물 나는 거 같은데. 왠지 이유를 모르겠으나. 엄마랑 동생 같아요. 그 문 앞에 서서 맛있는 거 나눠먹으면서. 맛있는 거 많~이 해가지고. 바구니에다가 이렇게 갖다주는 거 같아요. 아 애가 애가. 애에서 되게 감동적으로 왔어요.

상 : 노년의 당신은 그 전과 뭐가 제일 달라진 거 같아요?

나 : 생기를 찾았어요.


(중략)

상 : 당신의 임종을 지켜준 사람이 있었던 거 같아요?

나 : 아까 그 아줌마가. 그 아줌마. (훌쩍)

상 : 그 아줌마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남겼던 거 같아요?

나 : 남기지 않았어요. 그냥 그 아줌마가 깜짝 놀래서 뒤늦게 안 거 같아요. aw..... 왜 그러지. 아줌마가 슬퍼하는 게 너무.


(중략)

상 : 그 아줌마는 지금 이가연님의 주변 인물 중에 누구 같아요?

나 : 아까부터 아줌마는 엄마고, 남자애가 동생이에요. 남자애가 동생인 게 더 강하게 먼저 딱 느꼈어가지고. 귀여운 짓하는 거에서. 동생이 확실했었어요.

상 :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게 뭐였나요?

나 : 그들하고 사이 좋게 지낸 것?

상 : 이가연님과 인연 끊긴 그 남자는 누구인 거 같아요?

나 : 그 바닥에 있던 미아 같은. 그 뭐하고 놀아야할지도 모르겠는. 난데. 난데 그러면 그거. 그 하얀 벽에 그 여자가 들어오라고 했던 그 장면.

상 : 전생에 내 모습과 굉장히 닮았었나봐요.

나 : 난가? 뭐야

상 : 전생의 내 모습과 많이 닮았나봅니다.. 그 남자의 재능, 기억, 마음가짐 그 모든 것 중에 이가연님이 간직해서 살고 싶은 게 있나요?

나 : 애기. 그 내 지금 동생 같은 그 애기가. 참 소중했던 거 같아요. 막 재롱 떠는 거 봤던 기억.


(중략)

상 : 다음 생에 태어나면 뭘 하고 싶었을까요? 어떤 삶을 살고 싶었을까요?

나 : 그 아까 젊었을 때 떠올랐어요. 하늘색 옷에 갓 쓰고. 사람들하고 막 얘기하는.

상 :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싶어했나봐요.

나 : 되게 멋있는 모습인데.

상 : 그게 그 사람의 마지막 마음이면서. 이가연님이 이번 생에 가지고 태어난 마음일 수 있어요. 그래서 이가연님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노래를 부르고 무대를 하는 거겠죠.

나 : 자유로워요. 자유로워요. 걸어다니는 폼이 거의 뭐. 춤추면서 걸어다니고.


(최면 후 이야기)


상 : 영국 사람은 아니네요. 영국도 있었을 수도 있어요. 지금 이거는 지금 자아 형성에 가장 영향을 준 걸 떠올리는 거죠. 전생에 어떤 깊은 한을 남기면, 그게 또 기억에 남거든요. 사람들과 좀 못 어울리고, 혼자 많이 지냈잖아요. 사랑하는 가족 떠나보내고. 혼자 공허하게 지내다가 마지막에야.

나 : 저도 지금 엄마랑 동생 말고 대화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지금 한국에서 지내면서.

상 : 그리고 그 전생의 어린 시절의 모습. 연락 안 되는 그 친구랑 비슷하잖아요.

나 : 그게 딱 나로 떠오른 거 같아요.

상 : 그게 그 남자의 모습에서 이가연씨의 전생 어린 시절이 느껴져서 그럴 수도 있어요. 그 남자 분이. 왠지 좀 전생의 어린 시절 나랑 닮았다. 조용한 남자였나요? 조용하고 뭔가 좀 고독이 느껴지고.

나 : 네.

상 : 거기서 거울을 보듯이 전생의 내 모습을 본 거죠. 그래서 왠지 동질감이 느껴지고. 챙겨주고 싶고. 계속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고. 그런 마음이 느껴졌겠죠.


(중략)

나 : 마지막에 엄마랑 애기 장면에서. 아니 왜 눈물나는지 모르겠는데 계속 눈물나고 있었어요. 확실히 맞는 거 아닌가. 지금도 엄마가 제일 잘해주는 게 밥 잘 챙겨주는 거니까. 엄마는 그걸 제일 1순위로 삼은 엄마랑 말이에요. 애한테 밥 잘 챙겨주는 거. 그리고 동생은, 귀엽다고 생각하구요. (웃음)

상 : 엄마랑 동생이 전생에서부터 이어지는 그런 인연일 수 있어요. 엄마가 계속 챙겨주고 싶어서 이번 생에 엄마로 태어났나봐요.

나 : 죽은 거 생각하라 하셨을 때 유일하게 슬퍼한 분 그.

상 : 그 전생에 그 아줌마도.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 생각 나서. 노인인 그 남자를 잘해줬을 수도 있고. 너무 외롭게 혼자 사는 노인인데.

나 : 그 아줌마는 미망인 같아요. 남편이 안 보였어요.

상 : 전생에 너무 고독하게 살았던 세월이 길잖아요. 그게 이제 한으로 남아있다면, 이번 생은 고독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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