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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나의 이야기가 닿기를

251015 프리라이팅

by 이가연

저항이 얼마나 더 괴로웠는지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너무 싫다고 하면서도 계속 사람 만나러 나가는 일, 소개팅 앱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소개팅하는 일, '견딜 수가 없이 괴로워서 그랬다'라고 하지만, 그게 더 나를 괴롭게 했다. 그렇게 하면 정말 그 잠깐만 주의가 전환될 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 만도 하다. 상대가 상처 준 말이, 하루에 10번, 20번씩 생각 난다고 생각해보라.. 그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아프거나, 누가 심장을 꽉 쥐어짜는 것 같다고 생각해보라. 작년이 20번이었으면, 올해는 10번이었다. 두 번째 최면 받은 그 8월 15일까지. 매. 일.


아무리 그래도 사람으로 주의를 전환시키려고 하면, 탈이 난다.


오빠랑 나는 이를 온시온 사건이라 부른다. 소개팅 직전에 카페에서 걔 프로필 뮤직이 딱 나와서, 그냥 몇 초 만에 팍 울었던 일이다. 이무진이나 DAY6 같은 유명한 가수 노래였으면 말도 안 한다...



진심으로 하늘이 시킨 일이라 느꼈다. 이건 정말 영적인 감각이라고 밖에 묘사가 안 된다. '얘가 막는다.. 지금 이거 가지 말라고 막는다.' 하는 강한 심장 펀치였다.



저 엉엉 울며 걸어왔던 그 사람은, 정말 그 노래만 아니었어도 한 번 더 만나볼 수 있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랬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다.


'이젠 진짜 너무 힘든데. 진짜 못 버티겠는데.'라는 생각은 이미 작년 가을부터 했다. '이제 진짜 진짜 진짜 한계다'라고 하면서도 올해 다 앨범 작업하고, 영상 올렸다. 지금도 '이렇게는 더 못 살겠다. 언제까지 이러고 사냐' 싶지만, '브런치에 계속 글을 올려서라도 해소해서 더 좀 살아보자'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랑' 매거진에 글을 3개 이상 연달아 올리는 걸 지양한다. 지난 2월부터 이 매거진에 글을 자주 써왔는데, 음악, 커리어, 열정 관련한 글도 골고루 섞어서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내내 신경 써왔다. 그럼에도 연달아 올라오게 되는 건, 이 괴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 오빠와의 카톡과 이 공간밖에 없어서다.



그래도 나는 나의 이야기가 계속 사람들에게 닿길 바란다. 걔에게 닿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나의 이야기가 쓸모가 있길 바란다. 이 시리즈를 읽고 다들 어떤 생각을 할지 참 궁금하다. 누군가가 '저게 버티는 힘이구나. 사랑의 힘이구나. 저렇게 본인의 상처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참 좋을 거 같다. 내가 봐도 ADHD라고 다 이러지 못한다. 이건 나다. 나의 방식이다.


얼마 전, 오빠가 브런치 작가 합격 소식을 전했다. 오빠 말고도 나의 글을 읽고,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드러냄에 용기를 얻어 글을 쓰게 된다면 그것도 뿌듯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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