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이야기

여자가 사랑한 여자들 : 전소연

by 이가연

전소연 인터뷰
101명을 모아놓고 순위를 매기던 <프로듀스 101>에서 실력으론 늘 A등급을 차지했지만 외모에 낙담하며 자신이 아이돌에 어울리는지 고민하던, 작고 깡마른 열일곱 살 소녀는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당시 데뷔에 실패했던 게 돌이켜보면 얼마나 다행인 일이었던가? 그녀의 그릇은 기획 그룹에 담기기엔 너무나 컸으니 말이다.

- 나도 이제 호원대, 경희대, 한양대 떨어져서 못 갔던 게 하늘의 뜻 같다. 당시엔 절실했겠지. 그런데 경희대 갔으면 보통 다 동 대학원 간다. 유학 안 가고 그냥 거기에 안주했을 수 있다.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축제를 갈 때마다 느끼는 건, 가장 좋은 무대 매너는 히트곡이라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신나게 해줄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하는데, 결국 노래가 유명한 게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 난 히트곡은 커녕, 발매곡 중에 뭐가 제일 선호도 높은지도 잘 모르겠을 만큼 다 재생수가 고만고만하다. 그래서 커버곡이라도 유명한 곡을 한다. 늘 고민하는 바다. 어쩔 땐, 내가 뭘 부르든 어차피 다 안 듣고 가는 것 같다.

저는 항상 뭔가를 하고 항상 도파민을 발생시켜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대화는 앉아만 있어도 그 시간을 가게 해주잖아요. 아무것도 안 해도 즐거울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 저도예요. 통화를 하더라도 가만히 못 있고 스피커폰 틀어놓고 인터넷하던 사람이거든요. 근데 그러질 않고 정말 가만히 대화만 3-4시간 했던 사람이 있었어요. 아무것도 안 해도 즐거울 수 있는 사람. 요즘 얼마나 죄다 돈이에요? 돈 없어서 연애도 못한다잖아요. 전 그게 말이냐 방구냐 싶어요. 대화만 하면 되는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 맞아요.

전 예전에는 대화는 모든 사람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살면서 느낀 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세상에 별로 없어요. 친구든 선배든 후배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잘해줘야 해요 (웃음) 세상에 천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 딱 한 부류의 사람과 대화가 통해요. 1000분의 1 정도의 확률?

그럼 전소연이 가장 열망하는 것은요?
: 안정적인 인간관계. 그게 제가 마지막에 도달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해요.

- 이 책에 수많은 여성들의 인터뷰가 담겨있지만 전소연 인터뷰가 제일 강하게 남았다. '소연씨 인간 때문에 크게 상처 받았구나. 그 1000분의 1 확률 뚫었던 중요한 누가 떠났구나.' 싶었다.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잘해줘야 해요' 말에서도 느껴진다. 저게 장난 섞어서 웃음으로 승화시킨 건데... 내가 줄곧 대화 통하는 사람은 100분의 1이라고 해와서 그렇다. 항상 도파민을 발생시켜야하는 사람이라고 한 만큼, 사람 좋아해서 살갑게 다가가고 했을 거 같다. 아 이 동족의 스멜...

커리어는 늘 갈망하지만 내가 정말 다 가졌을 때도 헛헛하지 않으려면, 사람이 곁에 있어야 될 것 같아요.

- 사람을 얻는 게 천하를 얻는 거다. 최근에 공연해서 돈도 많이 벌고, 유튜브 구독자수와 조회수도 팍팍 늘며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아무리 성공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면 공허하고 덧없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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