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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쌍노무새끼 덕분에 성장한 나

by 이가연

쌍노무새끼라고 욕하면서도 나는 늘 나를 극대화시켜 주는 사람을 바라던 거 아닌가. 최근에 '내가 걔 때문에 어떤 것들을 이루었는지' 리스트를 적었는데, 그걸 적을 때만 해도 몰랐다. '이렇게까지 하다니 절레절레' 정도였다.

그런데 나는 그 과정을 스스로 하게 만든 사람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깊어질 수밖에 없었을까. 그 누구도 나를 이렇게 만들지 못하는데,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이런 존재는 절대적으로 한 명일 거란 믿음이 깊어진 거다. 이렇게까지 나를 단기간에 성장시킨 사람이 없으니까. 가족, 친구, 선생님 그 누구도 없다. (아빠만 비슷한데, 걔랑 아빠랑 비슷한 거 진짜 안 건들고싶으니 넘어간다. 차이점 크다. 걔는 내가 자발적으로 성장하고자 하고, 사랑한다고 매우 많이 표현했다.)

내 옆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렇게까지 극대화시켜 놨는데, 옆에 있으면 얼마나 시너지 효과가 날까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나는 강점을 극대화시켜서 약점이 안 보이도록 하는 사람이다. 극대화된 부분들은, 전부 원래 가지고 있던 재능과 노력 덕분이다. 그런데 걔는 분명 약점을 건드릴 거다. 약점을 도와주는 놈이다. 걔 나 옷 입히던 거만 봐도 알겠다. 약점 건드려지는 건 죽어도 싫은 사람인데, 어떻게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눈에 보이다시피 자아실현 욕구가 매우 높다.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 그런데 사람에 대한 결핍이 심히 있다. 단순히 애인이 제대로 없어본 게 문제가 아니다. 멘토가 없었다는 결핍도 있다.

분야는 달라도 전 세계를 투어 하는 오빠가 있긴 하지만, 오빠는 내가 뭘 해도 "아이 잘하네" 느낌이다. 절대적 지지와 응원이다. (매우 감사하다.) 전에도 "채찍을 달라!" 했지만, 대왕 당근만 먹으라고 한다.

참 웃기지만, 제대로 된 멘토의 채찍을 갈망한다. 당연하지. 걔가 내 가성 소리가 좋다고 했던 말이 왜 아직도 기억에 남겠나. 어쩌다가 당근 주니까 얼마나 단 맛인가. 자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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