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만 해도, 매년 10-11월이면 힘들어했다. 가을 바람이 불면, 집 밖에 나오면 눈물 날 거 같았다. 과거 애도 상담 받은 적 있다. 그때 내가 '동일시'하고 있었다는 걸 알다. 이 10-11월 시기가 더 이상 슬프게 맞이되지 않으려면 그게 좀 덮여야한다고 했다. 당시 상담사가 영국 가서 좋은 기억 쌓이면 덮일 거라고 한 기억이 있는 거 보니 2022년이었다.
맞긴 한데, 아직은 설리, 하라 그림자가 더 세다. 당연한 거 아닌가. 이게 덮이려면 10-11월에 더 큰 따뜻한 이벤트가 생겨야 한다.
전부터 생각했다만, 팬들끼리 애도 모임을 만들면 좋겠다. 마음 건강 페스티벌에서도, 교사 세션에서 바깥 사람들보다 사실 동료 교사들끼리 힘을 얻는 게 많다고 들었다. 어디다 말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설리를 실제로 알고 지낸 것도 아니고, 그냥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뿐이다.
구하라는 팬들이 방문할 수 있는 납골당이 있는데, 설리는 찾아갈 곳이 없어서 그 점도 안타깝다.
살 빼던 당시에, '지금 내가 살을 빼지 않으면, 설리는 늙지 않고 그대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설리 닮았다는 말을 들을 수가 없다'하는 마음에 뺐다. 그게 내 인생 최초 다이어트였고, 혼자 10kg를 뺐다.
지금 몸무게는, 설리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던 당시보다 한 7kg는 더 나간다. 그렇다. 겁나게 말랐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과장 좀 보태서 보는 사람마다 말했다.) 고등학교 내내 고생해서 밥을 못 먹어서 그렇다. 나는 스트레스 받으면 식욕이 사라지는 유형이다.
'분명 설리가 언니였는데, 이제 어려보이네. 나이 든 모습을 못 보네.'하고 슬퍼니 미국인 친구가 해줬던 말이 있다. '설리 보고 싶으면 거울 보면 되겠다'고 했다. 나는 그 말만큼 순간 풉 하면서도 억수로 슬픈 말을 아직 못 찾았다.
글을 업로드하고 보니, 마침 딱 13년 전 오늘 날짜다. 심지어 글 올린 시각도 비슷해서 소름 돋았다. 이게 무의식이란 건가. 저 학교에 너무도 입학하고 싶어서, 홈페이지를 수시로 들어가느라 당시 홍보 모델이었던 설리를 백 번도 더 봤다.
설리는 2019년 10월 14일에 25살의 나이로, 구하라는 연이어 2019년 11월 24일 28살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했다. 설리는 2022년이 나와 같은 나이였어서 유독 힘들어했다. 전혀 '언니' 아니고, 말도 안 되게 어린 나이란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현재는 구하라와 같은 나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