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세션은 연예인 토크였다. 백지영 님과 이성미 님이 오셨다. 백지영 님이 사람을 서로 만나게 되는 자리가, 후배들 장례식장이라고 하시는 말씀도 가슴 아팠다. 그래서 이대로는 둘 수 없어서, 송은이 님, 신애라 님과 같이 연예인 생명지킴이단을 이제 2년 정도 하셨다고 했다. 긴 시간 연예인 생활을 하셔서 더욱 체감이 되시니, 요즘 세상이 너무 잔인해졌다고 하셨다. 다 스마트폰과 SNS 때문이다. (그런데 90년대, 2000년대에는, 표준 계약서라는 것도 없었고, 연예계는 조폭들이 잡고 있었다는 소리도 있고, 연예인들의 기본권이 안 지켜지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거 같다.)
백지영 님이, 지금 연예인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까지 다 걱정이 된다고 하셨을 무렵 폭풍 오열했다. "제가 그 아직 빛을 못 본 싱어송라이터라서 이입이 돼서 우는 거예요"라고 말할 수도 없고, 제일 앞 줄에서 '어떡하지' 싶긴 했다. 옆에 아주머니께서 휴지를 통째로 주셔서 감사했다. 이성미 님께서는 계속 "우리 아이들이"라고 하셨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내 입장에서도 벌써 지금 10대 연습생들 생각하면 너무 아기들이다. 연습생 시작하는 나이가 점점 어려져서, 이제는 초등학교 5-6학년이다. 사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생 시작 적정 연령은 중3-고1이다. 그래야 세상을 좀 안다. 그렇지 않고, 너무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 생활만 하면 다른 세상을 볼 기회를 잃어버린다. 이성미 님도, 22살, 23살 되어서 아이돌이 못 되면, 그 아이들은 붕 떠서, 친구도 대인 관계도 아무것도 없고, 공부도 안 되어있고 뭘 해야 할지 완전히 모른다고 하셨다. 그런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어른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좋은 어른의 역할을 역시 해주시려고 하는 연예인 분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참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성미 님께서 계속, "우리 아이들 한 번만 봐달라"고 음주운전 같은 실수 한 번에 이들은 직장을 잃고, 완전히 나락으로 가니, 뒤에서 다 떨고있다고 하신 말씀이 많이 와닿았다. 누구 생각이 나시는지 알 거 같아서 너무 슬펐다.
토크 세션이 다 끝나고는 백지영 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사랑 안 해' 부르시기 전에, '이 노래가 사실 사랑 안 한다는 말이 아니라 너 아니면 안 한다는 거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도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이 노래 들을 땐 몰랐다. 그냥 사람에 진절머리 난 여성의 넋두리인 줄 알았다. 작년부터 다른 마음으로 듣게 되었다.
가사 흐름이 참 좋다. 분명 1절엔 무조건 너 지운다고 했으면서, 점점 상대가 자신을 잊지 않길 바라는 자기 마음을 인정한다. 이런 흐름이 내 자작곡에도 종종 나온다. 처음엔 부정하다가, 2절 점점 갈수록 다 내려놓고 인정하는 그 가사 흐름이 사람 마음을 더 움직이게 한다.
두 손 모으고 들었다. 특히 '잊지 말아요' 들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사랑 안 해', '잊지 말아요', '총 맞은 것처럼' 이렇게 세 곡 히트곡 메들리로 부르고 가셨다. 내 노래 '아직, 너를'을 백지영 님이 부르시는 걸 상상해 봤는데, 확실히 그 절절함이 차이가 난다. 나는 목소리가 맑아서 더 시리게 느껴지는 애절함이라면, 백지영 님은 진짜 소주 한 잔 해야 할 거 같은 절절함이다.
모든 세션이 끝나고, 선물 증정 타임이 있었다. "여기서 내가 가장 최고령이다 하시는 분!"하고 MC 분이 말씀하시니 '오. 다음은 제일 어린 사람인가? 나 가망 있나.' 싶었다. 왜냐... 전부 4050대 같았다. 30대도 별로 안 보였다.
문제는, 그런 거 손 들라고 할 때 내가 잘 못 든다. 내가 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옆에 계셨던 교사 분께서 "여기 여기"하면서 나를 가리켜주셨다. 정말 덕분에 받았다.
어디 강연 가서 맨 앞 줄 앉으십시오. 뭐 선물 준다고 하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1. 무료 강연인데 먹을 것도 줬다.
2. 몇 명만 주는 책 선물을 '어리다고' 받았다.
3. 맨 앞에서 백지영 라이브를 들었다.
4. 평소 접하기 어려운 교사, 소방관, 연예인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5. 3시간이 은근 긴 시간인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들었다.
다음에 무조건 또 참석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