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들(?)에게 최고의 직업

by 이가연

직장인들 소위 꿀 빨고 싶어서 유튜브하고 싶다고 한다던데, 나는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직업이 한정적이었다. 언제 우울증이 확 칠지 모른다. 미리 못 막는다. 오면 바로 약 먹는 건 잘하는데, 우울증 약은 ADHD약, 진통제와 다르게 듣는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그동안 했던 직업은 막 당일 취소, 일주일 다 취소를 하면 안 된다. 이해해준다고 해도 내 마음이 힘들다.

보컬 트레이너를 못 하는 게 그 이유였다. 개인 레슨은 서로 양해를 구하면 되는 일인데, 학원은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개인 레슨도, 학원도 일주일에 한두번만 있어봤다. 사실 일을 더 하고 싶어도 일이 안 들어왔었다. 그 정도는 할만 했지만 용돈벌이였다. 생업으로 할 자신이 안 들었다.

보컬 트레이너를 직업으로 하면, 한 명 한 명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취소해야한다. 그거 말할 힘 없어서 엄마한테 카톡 좀 다 보내달라고 해야할 수도 있다. 대학 다닐 때 휴학계도 엄마가 내주고, 어쩌다 팍 치면 그냥 모든 게 마비다. 내 안에는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타국에서 학교 다니며 커리어를 완전 잘 쌓던 나와, 갑자기 아무 것도 못하는 내가 있다.

그러니 그런 마비가 와도 되는 직업을 찾아야했다. 그걸 아니까 되게 힘들었다. 내가 펼칠 수 있는 능력이 너무 많단 걸 나도 잘 아는데,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만해도 영국에 취직 원서를 냈었다. 학교 다닐 때도 휙 중간에 한국 돌아온 마당에, 안 될 거 같은 거 아는데도 한국이 워낙 답답해서 그랬다. 한국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지, 영국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보기 어렵다. 유학 갈 때는 한국도 벗어나고 싶고, 영국에서 하고 싶은 것도 분명했다.


유튜브는 언제든 아파도.. 된다. 그래서 업로드 일정을 정할 생각이 없다. 유튜브는 양해를 구하고 몇주고 몇달이고 쉴 수 있다. 그냥 내 수익이 들어들 뿐이다.

그래서 소위 필 받았을 때 몰아서 다 해둬야 한다. 한 2주 유튜브 찍을 힘이 안 나더라도, 올릴 수 있도록 예비 영상도 이미 만들어뒀다.

타로 상담도, 그냥 타로 채팅방 공지에 당분간 타로 상담 못 받는다고 적어두면 끝이다. 그냥 일시적으로 돈을 못 벌뿐, 약속을 취소해서 미안해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비록 용돈 벌이 수준이지만, 몇 달 뒤에는 충분히 웬만한 직장인만큼 벌 거 같다. 심지어 나는 공연 수입도 있긴 하지 않은가... 지금도 노래로 돈 벌러 가며 쓰는 글이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걱정 끌어다하지말라는 소리를 스스로에게 거듭 했거늘, 이제야 안도감이 든다.

이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 같다.
영국 안녕. 나 비행기 타는 거 하나도 안 힘들거든. 자주 보자. 하나도 안 가고 싶다고 욕구를 자꾸 눌러서 미안허다... 아 수입이 없으니까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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