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노래하라

by 이가연

종종 목소리 노화에 대해 생각한다. 얼굴보다 목소리는 신경 쓰인다. 당연하다. 그게 내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 성대가 제일 늦게 늙는다. 서서히 변하겠지만 60대는 되어야 체감할 거다. 왜냐하면, 지금 50대 중반인 엄마 목소리가 내 돌잔치 때 목소리랑 여전히 똑같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얼른 밝고 통통 튀는 노래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국 가기 직전에 '착해 빠진 게 아냐'를 냈다. 그 노래엔 10대 감성이 남아 있다. 2017년에 썼기에, 고등학교 졸업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말이 된다. 지금은 그런 노래를 못 쓸 거 같다. 단순 나이 탓이 아니라, 남자고 여자고 사람의 쓴 맛을 너무 알아버렸다.

해맑은 노래가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려면 진짜 연애해야 한다. 이제 보는 눈이 생겼으니 연애하면 곡 쓸 자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도 "연애 좀 해라. 곡이 죄다 짝사랑이다."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찌 거의 10년이 지났는데도 연애로 곡 써본 적이 없나. 나도 땅으로 꺼져가는 듯한 '있지'나 '연락할까 봐' 같은 곡 말고 신나는 곡 좀 나왔으면 좋겠다.

다음 발매곡은, 영국 가기 전에 썼던 곡들 중에 찾아도 좋을 거 같다. 안 그러면 영원히 미발매곡으로 남게 생겼으니, 이대로 묻히기엔 아까운 곡들을 발굴해야 한다.

한 사람 마음을 울리고 싶은 욕심에 그 사람 때문에 썼던 곡만 생각했다. 시야가 상당히 좁아져있었다. 올해 쓴 곡을, 올해 낸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물론 금전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묵혀둬야 완성도가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 중3, 고등학교 때 쓴 미발매 곡들도 아직 있다.

중3 때 쓰고 대학교 1학년 때 낸 '너란 사람'을 들어보면, 분명 가슴 시린 발라드인데 동요 같은 느낌도 든다. 지금은 그런 맑음이 덜해진 대신, 성숙해졌고 노래도 더 잘 부른다. 각각의 장점이 있다. 그래서 그 곡은 나중에 '너란 사람 (2028)'처럼 다시 낼 거다.

예전에 아이유가 콘서트에서만 부르던 미발매곡을 내면서 "종종 비슷한 감성의 곡을 써보려고 했지만, 이미 나에게 지나간 챕터를 흉내 내는 거 같아서 그만뒀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 썼던 노래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10년 전 노래라도, 지금의 목소리와 감성으로 부르는 건 충분한 의미가 있다.

목소리는 늦게 변하겠지만, 감성은 더 빨리 변한다. '현재를 즐겨라'는 노래에서도 통한다. 지금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지금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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