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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의 말 (2)

by 이가연

2023년 상반기에 받았던 상담 녹취록이다. 얼마나 잘 맞추던 점쟁이인지, 다 적어서 프린트해놓곤 했다.


자기는 도회지가 더 맞는데. 이 고민을 한다면 남부에 있는 학교는 장학금도 주고 나를 더 우수한 학생으로 뽑아줬어, 하는 고민이 아닌 이상 런던을 가야 해. 런던이 되게 맞을 거 같애. 도회지라는 말은 대한민국은 서울이 도회지잖아요. 나중에 살 땐 상관없는데 공부는 도회지 가서 하시라고.

: 그런데 점 본 이후로 남부에 있는 학교가 장학금도 주고 우수한 학생으로 뽑아줘 버렸다. 웨스트 런던은 지원할 수 있는 장학금 자체가 없었고, 킹스턴은 장학금 떨어졌다. 두 학교는 세계 랭킹에 속해있지도 않다. 엄마는 하나는 떨어지고, 하나는 붙었으니, 떨어진 학교가 더 좋은 줄 알았다고 했다. 근데 반대였다. 유학원을 끼고 간 게 아니라 혼자 준비해서, 비자 대행 때문에 막판에서야 유학원에 전화해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유학원에서도 킹스턴엔 음대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결국 런던이 되게 맞는 건 맞았다. 워털루역만 도착하면, 높은 빌딩들을 보니 드디어 '후우' 숨이 쉬어졌다. 시골쥐와 도시쥐 이야기 생각이 엄청났다. 그 결과, 다시 해외에 나가게 된다면, 절대적으로 대도시에 살 것이다. 그걸 깨달았으면 됐다.


교정 중이에요? 여기에 이가 있어요? 이가 개수가 다 맞아요? 모자란 거 같은데.

: 이가 몇 개 없는 게 맞는데, 그게 말할 때 보이진 않는다 절대... 입 크게 벌려보라 하고 세어봐야 안다. 유치가 아직 있어서, 영국 갔을 때 흔들릴까봐 조마조마했다. 영구치가 없기 때문에, 유치가 잔존한다. 그런데 유치 뿌리가 수명을 다하면, 흔들려서 빠지고 자리가 비어서 임플란트를 해야하는 운명이다...


한국 사람 아닌 거 같은 한국 사람 있지. 교포든가. 자기는 그거 상황에 맞추면 나가서 만날 확률이 되게 높긴 해. 들어와도 거기서 사귀었던 사람을 만나든 그 사람이 이리 오든 내가 그리로 가든 그렇게 되겠지.

: 나도 나가면 만날 줄 알았지. 누가 3년 동안 솔로일 줄 알았겠나. 상상도 못 했다. 영국 가기 전부터, 한국 사람 안 맞는 걸 너무 알고 있었다. '나갔을 때 좀 찾아보지.'라는 말은 자, 타인이 이미 많이 했는데, 안 된다는 걸 내가 안다. 왜 지금 갑자기 이홍기 목소리의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자기는 전공 하나에 하나만 하는 게 아니에요. 그 학부를 다 해야 해요. 소리는 너무 좋은데. 지금은 기획 쪽 공부를 좀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자기는 갑과 을 사이에서 적절하게 양쪽을 이용해서 살아야 하거든. 나는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니야. 고 사이에서 살려면 뭐가 부족하냐. 기획력이 부족하단 말이지.

: 나갔다 왔기 때문에 미니 앨범을 기획해서 낼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기획사가 있어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유튜브 하면서도 내가 사업가 기질이 있단 걸 느꼈다. 구독자가 늘면 늘수록,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자동으로 머리가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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