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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의 말

by 이가연

일 년에 한 번 꼴로 같은 점쟁이를 찾았다. 마지막 상담을 너무 성의없이 해줘서 다시 가지 않을 것이지만, 그동안 큰 틀에서 다 맞췄다.


해외 편

- 사람마다 맞는 나라가 있는데, 영국하고 일본만 맞다. (한국은 안 맞단 뜻이다)

그 말을 들은 순간까지, 딱 영국하고 일본만 학사 오디션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한참 전 일이었다. 그 말 듣고, 실행력 빠른 나는 바로 다시 묻어뒀던 꿈, 영국 유학을 알아봤다. 이후에 미국 LA도 알아봤었지만, 결국 영국으로 갔다.


- 1년 더 끌어서 별로 소용 없으니 2023년에 유학 가는 게 맞다.

영국 가기 전에는 그냥 온라인 한국어 강사하고, 칼림바, 우쿨렐레 강사도 하고, 지금처럼 가끔 공연 나갔다.


- 영국에 있어야하는 사람이 왜 왔냐.

마지막인 올해 3월에 들었던 말이다. 작년 3월에 꼭 1-2년 살다오랬는데, 그 말이 맞았다. 돌아와서 한국에서 1년은 거의 낭비와 같았다. 물론 발버둥치며 이룬 성취들은 있지만, 작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는 내가 나를 바라보기에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올 3월에 갔을 때, 해외 다시 나가고 싶어하니 '미국은 추천 안 하고, 일본은 가서 뭐 할 거냐, 영국에 있어야하는데 실패하고 돌아왔으니 다시 가기 싫은거지' 했다. 정확했다.


소름 편

- 매번 갈 때마다 눈 나쁘지 않냐고 하시더니, 렌즈삽입술 하고 가니까 보고 눈은 수술한 거냐 물었다. 부작용 없냐고, 빛 번짐만 없으면 됐다고 하셨다.

일회용 투명 렌즈 낀 거 보일 거리가 아니었다. 수술한 건 또 어찌 아셨냐구요... 빛 번짐 부작용도 수술했던 해엔 계속 있었다가 사라졌다.


- 오빠를 생각하며 영국인 친구라고 했는데, "왜 한국 사람처럼 생겼지?" 하셨다.

영국 국적은 맞으니까. 진짜 영적으로 오빠 얼굴이 둥둥 보이신 건가.


사람 편

- 쥐만 맞다. 닭도 되는데, 쥐가 더 오빠 같다. 쥐는 소 등에 타고 가면서 이래라 저래라 다 가르쳐준다.

전남친 중에서 유일하게 쥐띠만 '인간'이고, 나머지는 분리수거가 될까말까한 쓰레기였기 때문에 신기했다. "근데 어떻게 쥐띠만 맞냐" 하니... 1,2,3월생이면 80%는 된다고 하셨다.


- 결혼해도 남들처럼 안 산다. 시댁 식구들 챙기고 어쩌고 할 생각이 눈곱 짜가리만큼도 없다. 껍데기만 한국 사람이다. 교포나 외국인 만날 가능성도 높다.

교포거나 외국인 아니면 친구도 안 되는 거 같아요 선생님. 제 육신은 한국에 있고, 마음은 외국에 있는데 아주 미치겄어요.


가족도 본 적이 있는데, 더 소름 돋는 게 많았다. 아빠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주변에 사람 안 돌아가셨냐고 했는데, 할아버지 두 분 다 그 때 돌아가셨다. 엄마는 얼굴에 애가 셋이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나는 둘째로 태어날 뻔했다.


또 지켜봐야할 얘기는, '3일 동안 3년 치를 벌고, 3년 일 없을 수 있다. 유명해질 거다.' 하셨다. 무엇보다 믿는 부분이다.


올해는 "사귀었으면 결혼까지 할 인연인데, 지금은 그냥 짝사랑이지." 하셨는데, 그 저는 한국인이 좀 아니어가지고 한국말 끝까지 안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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