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가연 Jun 24. 2024

학교 시상식

두 번 열린 학교 시상식에 두 번 모두 수상 후보에 올라 참석했다. 첫 번째 시상식은 아카데믹 시상식으로 학교 생활 중에 학생들 학업에 있어 영향을 준 학생에게 주는 상 후보에 올랐다. 음악학부 학생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수상자 명단에 오를 수 있었다. 


학교 생활에서 가장 인상 깊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던 이벤트가 장학생 파티였던 만큼, 나의 수상 여부보다 이번에는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더 기대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찍 와서 아직 아무도 없는 테이블 사이사이를 구경하던 와중, 귀여운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하얀 원피스에, 깜찍한 가방에, 웃는 얼굴도 상큼한 친구였다. 


우리 둘 다 수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시상식에 온 목적이 수상이 아니었음은 서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원래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고급스러운 테이블 세팅과 함께 시상식장으로 변한 모습을 둘러보는 것, 다음엔 무슨 음식이 나올까 기대하는 것, 맛을 설명하기도 어려운 처음 보는 후식을 먹는 것, 그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웠다. 


수상은 이미 몇 년째 음악학부 학생 대표를 맡고 있는 대학 졸업반 친구에게로 돌아갔다. 그 친구 이름이 같은 부문 후보에 있는 걸 본 순간, 당연히 그 친구가 받을 것으로 예상했기에 서운하거나 아쉽지 않았다. 


두 번째 시상식은 학교가 아닌 스태디움에서 진행됐다. 이번엔 원피스가 아닌 드레스를 사서 입고 간지라 뭔가 시상식에 참석하기 전부터 더욱 설렜다. 장소에 도착하니 전보다 더 넓고 준비를 많이 한 공간임을 느꼈다. 참석 전 영국식, 인도식, 지중해식 요리 중 선택할 수도 있었고 한 명당 게스트를 2명까지 초대할 수도 있었다. 나는 가장 친한 영국인 친구를 데려갔다. 나는 영국식, 친구는 지중해식을 선택했는데 영국식 요리는 예상대로 먹을 게 별로 없었다. 기억에 남는 건 감자 샐러드랑 소시지뿐이다. 


하지만 지난번 시상식과 다르게, 포토존이 더 잘 꾸며져 있었고 포토부스도 있어서 친구랑 같이 인생 네 컷 사진 찍는 것 마냥 사진을 찍었다. 내가 후보로 오른 Global Impact Award가 가장 첫 번째 시상 순서였고 내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내가 수상 실패했다고 영국인 친구는 옆에서 엄청 눈치를 봤지만, 이미 내겐 그 공간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본 순간 나의 수상 여부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자리에 함께할 수 있음에 충분히 행복했다. 또한 수상자는 개인이 아닌 동아리 단체였다. 나처럼 다른 개인이 상을 받았다면, 내가 저 후보보다 뭐가 부족해서 상을 못 탔을까 궁금했을 것이다. 하지만 동아리는 당연히 나 같은 개인보다 더 학교에 기여한 바가 컸을 거란 걸 알고 받아들였다. 


어떤 것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만일 두 시상식 중 하나라도 꼭 수상하는 것만이 목표였다면 그 자리가 불만족스럽고 실패라 여겼을 거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예쁜 드레스 입고 와인잔을 들고 웃으며 걸어 다니는 이 공간에 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내가 기대한 것은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유학 생활 동안 내게 일어난 힘든 일은 너무도 많았지만, 종종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 이런 경험들이 나를 살게 했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