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채널이 싫어졌다.
오빠가 예전에 해준 말이 있다. 오빠는 피아노 선생님인데, 어린 학생이 오늘은 피아노 너무 싫다고 했다가, 바로 다음날 피아노 너무 좋다고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그만두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아이라면 사람들이 그걸 안다. 애가 하는 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애를 아끼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좀 흘려듣는다. 애가 울어도 마찬가지다. 신생아가 계속 울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면 애를 어떻게 키우나.
근데 성인 ADHD가 그러는 걸 알아주는 사람은 한 명 봤다. 내가 하는 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80%는 흘려듣는다던 오빠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지금 내뱉는 건 당장 느끼는 감정이다. 나는 지금 느끼는 걸 그대로 말할 뿐이고, 곧 사라질 생각이란 걸 나도 안다. 그렇다고 말을 할 때마다 '이 생각이 곧 없어질 걸 알지만'이란 말을 붙이고 싶진 않다. 그래서 오빠처럼 나의 즉흥적인 말을 진심이 아니란 걸 알아주는 사람만 곁에 남게 되었다.
ADHD인은 상처를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상처를 많이 주기도 한다. 전 상담사도, 진심이 아닌 말을 뱉는 거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잘 안 된다. 애초에 좀 잘못을 안 하는 사람 이어야 하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게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하는데, 그 두 가지가 되는 사람은 오빠 말고 본 적이 없다. "ADHD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라고!"라는 말을 하면서 누군가랑 관계를 맺을 순 없다. 그건 엄마로 충분하다.
사주가 비슷한 두 사람을 알고 지낸 적이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너무 마음씨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따뜻함 때문에 더 힘들었다. 내 말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반응하고 공감해주다 보니, 오히려 그들에게는 피로가 쌓였던 것 같다. 결국 올해 한 사람은 슬슬 나를 피하는 거 같아서, 나는 마음이 아파서 카톡 삭제를 했다. 그러면 내가 먼저 연락을 못 하게 되니까. 그 뒤로 절대 먼저 연락 안 왔다.
이 생각이 왜 들었을까. 친구가 없어서 타로 채널을 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약속이 있었으면 타로 채널 안 했을 거다. 사람에 완전히 지쳐버려 내가 찾은 돌파구였다. 그런데 지난주에도, 다음 주에도 일본인 언니가 한국 놀러 오고, 엄마랑도 요즘 대화를 많이 하니, 딱히 말을 더 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어졌다. 타로 채널에서는 사람들이 내 영상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 보이니,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두 가지가 합쳐진 거다.
타로 채널이 잘 된 지 한 달 반 정도 되었다. 이거 뭐 남자랑 똑같네. 사귀었든 짝사랑했든 좋아했던 남자 다 그 기간이 한 달에서 한 달 반 될 테니까. 아무리 좋다고 난리난리 쳤어도 두 달을 넘기질 않았다. 이래서 어느 학원을 등록하더라도, 두 달 세 달 과정은 안 된다. 한 달마다 등록해야 된다. 좋아하던 남자든, 새롭게 꽂힌 취미든, 두 달을 못 넘긴다. ADHD다.
하지만 그 반대편엔 '하이퍼포커스'가 있다. 쉽게 질리지만, 한 가지에 미치면 남들보다 훨씬 오래간다. 10년 동안 싱어송라이터로 살아왔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학창 시절 내내 그 씨앗을 강렬하게 품었고, 성인 이후로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발산해 왔다. 수백 통의 메일을 보내며, 수많은 좌절을 겪었다. 어지간한 사람이었으면 포기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끈기가 있다. 그래서 ADHD인은, 남들보다 더 빨리 지치고, 때려치우는 본인의 특성에 한탄하기보다, 남들보다 더 미칠 수 있는 무언가를 반드시 찾아야 된다. 사람도, 그런 단 한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모두들 나처럼 짝사랑이 아니길 바란다.
타로 채널을 쇼츠 위주로 올릴 거다. 쇼츠에 내 노래를 삽입했더니, 사람들이 노래 좋다고 해줬다. 어제는 댓글로 노래 들으니 눈물이 쏟아졌다고도 했다. 쇼츠는 광고 수익이 거의 없다. 롱폼은 조회수 1회당 1~2원인데, 쇼츠는 0.1원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한 명이라도 더 내 노래를 듣게 만드는데 타로 채널이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게 내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향이다.
P.S. 엄마는 괜히 노래 듣기 싫어서 꺼버리는 사람들 있을 수 있지 않냐고 했는데, 내 노래는 싫고 타로만 좋다면 그건 나도 싫다! 썩 물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