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수많은 ADHD 증상 중에, '충동성'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비 ADHD인이 하는 조언이 적용이 안 될뿐더러, 책도 공감 안 되고 힘들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책쓰기 관련 책이 참 많다. 나는 글쓰기가 두려워본 적도, 뭘 써야할까 고민해본 적도, 하여간 뭔 망설임이 들어본 적이 없다. 그냥 다 지르는데 익숙하다.
책에선 인간 관계도, 사람마다 다 배울 점이 있으니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말고 만나라 한다. 하지만 ADHD인은 최대한 자극을 줄여줘야 한다. 남들이 1로 느낄 것을 100으로 느낀다면, 남들이 주변 사람이 100명일 때 1명이어야 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같은 이슈가 반복되면 욱해서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만 계속 선톡하고 대화도 이어가주지 않아 열 받아서 더 이상 보내지 않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치자. 그 마음을 아무리 먹어도 보내는 게 막아지지 않는다. 아예 숨김 친구 목록, 대화창에서도 다 삭제하고 '다시는 내가 먼저 연락하지 못하게' 강제로 막아야 성립된다. 그렇게 해도, 인스타로 연락하는 걸 봤다. 비 ADHD인은 그런 충동성을 이해할 수 없기에, 내가 그렇게 카톡 삭제해버리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삭제하지 않으면 나는 그 행동을 계속하다가 그 사람에게 폭발해버리고 만다. 적당히 일년에 한두번 연락하는 게 결코 안 된다. 사람들에게 말하는 걸 좋아하니까.
최근 유튜브에 댓글이 많이 달렸다. ADHD인이 얼마나 중독에 취약하지 아는 나는, 댓글을 하루에 한두번만 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댓글이 많이 달리니 자꾸 보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했다. 당연한가? 싶어서 신경 안 쓰고 그냥 봤다. 얼마 전에, 매일 하루에 유튜브 스튜디오 앱을 76회 들어간 걸 확인했다. 많이 자서 하루에 15시간 깨어있다... (당연하단 말은 도움이 안 된 셈이다. 넌 ADHD니까 유튜브 같이 도파민 폭발하는 앱은 처음부터 주의해야한다는 조언이 더 효과적이었다.)
커피, 담배, 게임 같은 걸 쳐다도 안 보는데엔 이런 이유가 있다. 올해 술도 영국에서 밖에 안 마셨다. 진단 받기 전부터 그래왔다.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 같다. ADHD 책을 보니, 실제로 나처럼 스스로를 철저히 제한하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해서 반가웠다. 지금은 유튜브 스튜디오 앱을 하루에 10-20번 정도만 보려고 노력하는데, 너무 어렵다. 아예 안 보거나, 시시때때로 들어가거나가 둘 중 하나가 가능한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 충동성이 있기에, 나는 창작가로 산다. 그 충동성이 있기에 방금 만난 일본인 언니도 10년 전 카페에서 말 걸어서, 오빠도 작년 카톡방에서 말 걸어서 친구가 됐다. 그 충동성이 있기에 열정적이고 도전적이다. 남들은 그렇게 못하는 걸 스스럼 없이 해서, 나를 멋지게 봐주는 사람들이 그동안 참 많았다. 그러나 충동성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걸 보면 도망 간다. 충동성이 강점으로 작용해서 날 좋아해줬으면, 약점으로 보일 때도 받아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