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이 힘이 될 때

by 이가연

저 경계선 인격 장애 아니죠?

자폐 때랑 똑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폐는 아무도 그런 말 안 했는데 혼자 물어본 것이고, 경계선은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아서 확답이 필요했다.

아닌 거 알았지만, 한 번은 확실하게 듣고 싶었다. 앞으로 별별 소리 다 들을 수 있다. 일반인들이 어디서 주워듣고 '너 ADHD 아닌 거 아니냐. 성격 장애' 아니냐 해도 앞으로도 무시하면 된다. 흔히 정신과는 와야될 사람들이 안 오고 그 사람들에게 상처 받은 사람들이 온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혹시 난독증 검사도 있냐고 여쭤봤다. 책 읽기를 좋아해도, 글씨의 50%도 읽을까 말까하기 때문이다. 그냥 휙휙 넘긴다. 그래서 차분하게 다 읽어야 되는 소설을 안 읽는다. 못 읽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근데 사실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순수 난독증과 ADHD 영향 받은 난독증을 설명해주셨다. 난독증이든 아니든 해결책을 간단하게 제시해주셨다. 큰 글씨를 읽으면 된다. 어쩐지 글씨 작은 책은 안 봤다. 그냥 시력 문제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렌즈삽입해서 내 시력 지극히 정상이다.

타로 유튜버하게 되었다 하니 너무 좋아해주셨다. 그리고 다음에 올 때 타로카드 모아둔 거 준다고 하셨다. 언젠가 환자 분들에게 다 나눠주려고 하셨다고.

'원래 친한 친구가 둘이었는데, 하나가 되었다. 게다가 너 ADHD 뿐만 아니라 경계선 인격 장애도 있는 거 아니냐 마지막에 들어서 확답이 너무 듣고 싶었다.' 하니 선생님도 친구 한 명이라고 하셨다. 새로운 사람 만나면 또 상처 받고 힘든 거 알면서도 자꾸 만나고 싶은 욕구가 들어서 힘들다고 하니, 선생님도 친구보다 환자 분들과 대화하면서 해소가 된다고 나도 타로 상담을 계속 하게 되면 그 욕구가 별로 안 들 거라고 하셨다.

맞다. 타로 상담이 더 들어오게 된다면, 카메라 켜놓고 말하기 바쁘다. 사실 타로 채널을 통해 맞는 사람들과 친한 친구로 지내고 싶은데, 괜한 시도를 했다가 사람을 잃게 될까 걱정이 되고 조심스럽다. 자연스럽게 되겠지.

역시 병원 진료 보고 나면, 소화가 쫙 되는 기분이다. 2015년부터 10년 동안 이런 저런 병원을 겪어봤다. 진작 만났으면 덜 고생했겠지만, 올해라도 ADHD 진단을 받아 감사하다. 또한 ADHD 약이 하나라도 들어서 다행이다. 비록 지속 시간이 짧지만, 급성 우울증 약처럼 쓸 수 있다. 예전에는 실제로 그 약을 우울증 환자에게도 썼다고 하셨다. 남들이 보기엔 우울증이냐, 무기력이냐,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나는 ADHD라 도파민 떨어진 걸 수 있다. 우울증 약은 약효가 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ADHD 약은 먹으면 바로 3시간 동안 효과가 난다. 앞으로 이 약과 함께 잘 살아볼 거다.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맞는 ADHD 약이 더 나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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