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 만에 결혼식을 가봤다. 초등학교 때부터 작년까지 교대역에 살았는데, 처음으로 대검찰청 안에 들어가봤다.
마지막은 2016년 2월이었다. 그때도 엄마 따라갔고, 오늘도 엄마 따라갔다. 또래 친구가 없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난 뭐 이렇게 결혼식 가볼 일도 없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맞는 거 같다. 공연도 아닌데 옷을 신경 써서 입는 것이 어렵다. 결혼식 가는데 누가 청바지를 입냐고 엄마가 그러길래, 주는 대로 억지로 처음 입어보는 듯한 치마 입고, 엄마 코트도 걸쳤다. 패딩이 어때서...... 난 코트가 없다.
도착해서 바로 알았다. 공연 의상처럼 입어야 하는구나... 내 결혼식에는 필히 청첩장에 '자율 복장. 영화관 가는 것처럼 하고 오시라' 할 거다. 나처럼 서터레스 없도록.
예전에 내 결혼식은 그냥 신부 측 공연이 되게 할 거다, 그때가 아니면 아직 유명하지가 못해서 단독 콘서트를 못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 결혼식을 보니, 신부 측 공연 50분은 나도 힘들고, 관객들도 길어서 힘들다. 결혼식이란 게 30분 밖에 안 하는 거였구만. 생각보다 금방 끝날 뿐더러, 생각보다 더 즐거웠다.
뮤지컬 축가팀이 힘차게 시작하고, 중간중간 노래하고, 끝날 때도 노래했다. 축가라고 하면 중간에 한 번 노래하고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저 방식 그대로 축가팀 부를 필요 없이 내가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음향은 너무 아쉬웠다. 내겐 꽃이 몇 개가 있고 자시고가 아니라 그게 제일 중요할 것이다. 가사도 안 들리고, 축가팀도 부르면서 모니터링이 전혀 안 됐을 것이 느껴졌다. 신랑 부모님 측 축가도 있었는데 그것이 하이라이트였다. 너무 웃겼다. 나는 신랑 시켜야지.
혼인 서약에서 신랑이 듬직한 남편이 되겠다고 해서 드는 생각이다. 나는 '듬직한 건 내가 할 테니 넌 귀엽기만 해.' 해야지. 신랑보다 돈을 한참 많이 벌 때 결혼할 것이다... 전에 자우림 김윤아 님이, "우리 쪽 일은 불안정한데 남편이 치과의사라서 경제적으로 안정되게 느끼지 않았냐."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남편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기 수입을 넘어본 적이 없다고 하신 적이 있다. 아주 큰 인상을 받았다. 예식장 직원들이 "신랑은 누군지 모르겠고, 신부가 이가연이야?" 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이상 사실상 거의 모솔에 가까운, 테토녀 꿈나무였습니다. 신랑 신부랑 아는 사이가 아닌, 남의 결혼식 다녀오는 것도 이렇게 행복했는데 내 결혼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