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표와 금잔디는 'ADHD는 ADHD에게 끌린다' 법칙에 의해 서로에게 끌렸던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다른 듯 비슷한 면이 있다. 첫째, 두 번 생각 안 하고 일단 몸부터 날리는 정신이 있다. 금잔디 첫 등장 장면부터 그러하다. 학생 한 명이 옥상에서 피칠갑이 된 모습으로 뛰어내리려고 하고 있는데, 금잔디는 해맑은 얼굴로 세탁비 3만 원이라고 한다. 상황 파악 안 되고 마냥 밝다가, 사람이 뛰어내리려고 하니 모르는 사람임에도 일단 뛰어들어 붙잡고 본다. 사람을 살린다는 게 두 번 생각하면 못 구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ADHD 특징이 뇌를 안 거치고 말과 행동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금잔디는 이후에도 구준표가 준 목걸이 잃어버렸다고 위험하게 찾으러 갔다가 구준표랑 같이 산에 고립당한다. 찾으러 간 금잔디나, 재벌씩이나 되어서 물불 안 가리고 직접 뛰어든 구준표나... 둘 다 ADHD다.
말도 마찬가지다. 구준표가 금잔디에게 끌렸던 이유는, 모두가 알다시피 '날 이렇게 대한 여자 네가 처음이야.'였다. 다른 사람들은 구준표 앞에 가면 이성이 작용한다. 그런데 ADHD인은 뇌에 말 나오는 필터가 깜빡깜빡할 때가 있다. 그래서 ADHD인은 종종 정의감이 넘친다. 때와 장소에 맞지 않게 말을 쏟아내서 곤욕을 치르기 쉽다. 금잔디는 구준표가 지배하는 학교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구준표가 진짜로 못된 놈이었으면 금잔디는 그냥 쫓겨나고 드라마 끝이었을 것이다. 금잔디가 명예소방관 앞에서는 어벙벙한 모습을 보여도, 말 똑바로 할 때는 굉장히 냉철하고 할 말 잘한다. 보통 깡다구가 아니다. 두 번 생각했다가는 '내가 이래도 될까'하며 사람이 무섭기 마련이다. ADHD인들은 자기 직감, 느낌, 감정 그대로 곧바로 행동이 나가는데 익숙하다.
그 결과, ADHD인은 뭔 생각을 하는지, 뭔 감정인지 표정에 다 드러난다. 도무지 숨겨지지 않고, 본인들이 숨길 생각도 잘 없다. 숨기려고 노력해도 다 티 난다. 금잔디나 구준표나, 저렇게 투명할 수가 없다. 구준표는 금잔디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그 후 마주쳤을 때 아무 말도 못 하고 뒤에서 주저앉아 운다. 구준표나 금잔디나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눈치 보는 게 없다. 어린아이 같이 맑고 순수한 기운이 있다.
무엇보다 본인이 꽂힌 것에 미친 몰입을 보여준다. 잘 기억이 안 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금잔디는 지후 할아버지 병원에서 출산 과정을 도운 이후로 의사라는 직업에 완전히 매료되어, 처음으로 준표도 수영도 생각이 안 났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 바보라고 했음에도 결국 의대생이 되었다. 두 사람의 사랑 얘기는 아마 다들 기억이 날 거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중간에 포기했을 법도 하다. 그런데 금잔디는 구준표를 만나기 위해 마카오도 간다.
내일 갑자기 가게 되어서, 이 드라마에 마카오가 배경으로 나왔던 것이 생각나서 찾아보게 됐다. 나.. 는 걔를 못 만난다는 거 알면서도 돌아다니다 마주치고라도 싶어서 영국에 갔었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닌데. 마주친다는 게... 그게 어디 쉽나. 아무리 소튼이 마카오만큼 조그맣다해도 그렇지.
ADHD인의 사랑은 분명 극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 둘 다 어지간히 도파민 추구형이라, 그렇게 가슴이 미치게 뛰는 게 사랑이라 느낄 수도 있다. 혹자는 서로 너무 다른 구준표와 금잔디가 과연 결혼해서 잘 살았을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거다. 나는 재밌게 잘 살았을 거라 본다. 두 사람 다 적극적이고, 호기심 많고, 마음 여리고 따뜻하기 때문에, 서로의 세상을 흥미롭게 들여다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