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ADHD인 엄마는 말했다. 바쁘면 생각 없어진다고.
아니라고~~~~
오빠가 언제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ADHD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고. 이제 한마디로 생각 났다. 쓸데 없는 조언 안 하면 된다. 비 ADHD인과 ADHD인의 뇌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비 ADHD인에게 해당하는 내용이 ADHD인에게는 조또 안 통할 수 있다. 그냥 죄다 그렇다. 마음 같아서는 나를 상대하는 모든 비 ADHD인에게, '가연이는 ADHD니까 내가 하는 조언이 안 통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훈련시키고 싶었는데, 그냥 오빠처럼, 그렇게 많은 대화를 했는데도, 나보다 10살이나 많아서 조언하기 쉬운 나이인데도, 단 한 번도 쓸데 없는 조언 안 하고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믿고 무조건적인 지지 보내는 사람만 둘 것이다.
열 받는 이유는, 안타깝게도 내가 학창 시절 이후로 바빠본 적이 없다. 다들 내가 바쁘지 않냐고 했다. 내가 일본어랑 중국어 공부를 동시에 하든, 유튜브를 두 개 하든, 나는 남들처럼 9시부터 6시까지 일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노상 하나도 안 바빴다. 그래서 '바쁘면 잊혀진다'라는 말에 반박을 논리적으로 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론적으로 안다. 그러면 그냥 바로 병 걸린다. 위 내용에서 그걸 알려주고 있다.
작업모드가 켜져도 기본모드가 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ADHD인이 잡생각이 안 날 정도로 정신 없이 일이 많으면? 신체화 증상 나타난다. 절대 지속될 수 없다.
그래서 원가족은 어쩔 수 없다만, 앞으로 내가 만나야할 친구, 애인, 배우자는 쓸데없이 그 기본모드가 돌아가게 만들면 안 된다. 쉽게 예를 들어, 애인이 "이따 저녁에 얘기 좀 하자."라고 했다고 치자. 그 말을 들었을 때 ADHD인은 영향 받는 수준이 아니라, 뇌 고문이다. 그 말 하나로 약 먹어야 산다. 상상만해도 상대방은 그뒤 이어지는 내 행동에 숨 못 쉬게 만든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 먼저 나의 뇌가 숨 못 쉬게 만든 것이다. 절대 무슨 한이 있어도 예측 불가한 상황에 던져놓으면 안 된다. 설령 약속에 30분을 늦더라도, 늦는 30분 내내 카톡하면서 지금 어디인지 계속 말해주면 아~무렇지도 않다. (왜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었지. 사주에 친구, 동료복 없음엔 다 이유가...)
그래서 오빠처럼 사전 공지 없이 답장 속도가 랜덤인 사람, 약속 장소 도착 시간이 랜덤인 사람은 친구로 맺어지면 안 된다고 올해 못을 박았다. 이제 누구도 날 고문할 수 없다. 오빠를 보아하니, 애초에 안 그럴 사람은 한 번도 안 그런다. 그건 그 사람들을 계속 둔 내 탓도 있다. 내 뇌가 고문당하는 건데, 사람들이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어찌 아나. 열심히 설명했던 영국인 친구조차도 그 수준을 전혀 가늠 못했다. 뇌를 1시간이라도 바꿔 껴봤다면, 절대 친한 친구에게 그럴 수 없다. 애초에 그렇게 설명하게 만드는 사람을 두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임산부 체험 같은 거 안 해도 아내에게 친절하게 잘할 남편을 만나야지, 임산부 체험한다고 아나. 난 게다가 내 뇌 체험도 못 시켜준다.
쓸데 없이 기본모드 돌아가게 하는 사람은 원가족으로 충분하다. 갑자기 이런 글을 와다다 쏟아낸 걸 보니, 근래 과거 가족들로부터 언어, 신체 폭행 당한 기억들이 이상하게 요즘 들어 떠올랐던 게 원인이었단 걸 깨달았다. 영적으로 봤을 때, 원래 나 같은 사람들이 그런 도전적인 가정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이제부터 내 선택이다. 내가 만들어갈 미래다. 나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