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래를 랜덤 재생하면, 아파트 단지에서 길 걸어가면서도 영국 느낌이 날줄 몰랐다. 모르는 노래 랜덤재생이라 더 효과적이다. 영국에 있을 때, 중국 식당에서 주 3-4번 점심 먹었다. 그래서 심지어 최면 치료받을 때에도, 걔랑 같이 그 식당에 갔다. 거긴 늘 큰 화면에 뭔지 모를 중국 경연 프로그램 라이브 영상이 나왔다. 99% 모르는 노래였다.
그러니 물리적으로 갈 수가 없지만, 중국 노래를 랜덤 하게 계속 듣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특히 잔잔한 노래가 아니라 어느 정도 미디엄 템포, 그 식당에서 들었을 거 같은 분위기 노래로 듣고 있다.
오늘은 봉사활동 문의를 위해 복지관을 찾았다. 직접 얼굴 보고 얘기 나누고 싶다고 하셔서 전화한 지 1시간 만에 바로 갔다. 가는 길부터 이미 '이야 입에서 피 철철 나면서 걸어 다니는 기분이다' 싶었고, 복지관 나오자마자 눈물 날 거 같았다. 복지관에 가서 얘기 나눈 그 순간만 자유롭고, 그 몰입이 딱 풀리는 순간부터 지옥이다. 지난 2년 간, 내가 한 모든 행동은 어떻게든 숨 쉬고 살기 위해서 몸부림친 것일 뿐이라고 했는데, 요즘 더욱 그렇다.
아무리 봐도 난 보통 사람이 아닌 거 같다. 어떻게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봉사활동 찾아다니고, 당장 프랑스어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공부 열심히 하고, 요 며칠 유튜브도 더 자주 올리고 있다.
그런 노력은 당장 괴로우니까 살기 위해서 한다고 치자. 보통 사람 같았으면 '차단당했나 보네. 나 싫어하나 보네.'하고 좌절하거나 포기하거나 쪽으로 흘렀을 거 같다. 애초에 여기까지 오는 여자도 없겠지만.
지금은 아니구나. 나는 딱 그만큼만 슬퍼하기로 했다. 오빠조차도 '차단이면 너무 가슴 아프지만 무브온해야할 수 있다. 나도 희망고문이 될까 봐 어디까지 응원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난 이제 '차단이냐 아니냐' 단계를 넘어섰다. 어쨌거나 지금 날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건 확실하지 않은가. 그거면 됐다.
희망고문이 아니라, 희망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걔가 언젠가 다 볼 거 아니까 차곡차곡 쌓아오며 살 수 있었다. 나는 언제나 너에게 진심이었다고. 2년 내내 눈 떠서 자기 직전까지 생각해 왔다고. 유튜브나 브런치나 2024년부터 포트폴리오 쌓듯 기록해 왔다. '너 금사빠잖아.'라는 생각이 일절 들지 않도록. 평생 금사빠 금사식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지만, 그건 그냥 너가 아니어서 그렇다고. (아오 오글거려. 진심이다만 오글거린다며 웃음이라도 한 번 지어야, 살 거 같다.)
난 내가 유명해질 거란 믿음이 있다. 유명해지면 초등학교 동창의 사촌까지도 연락 온다. 방송에서 이 얘기를 계속할 거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내 음악, 내 인생의 전부인데 안 할 수가 있겠나. '어떻게 미니 1집을 혼자 쓰고 프로듀싱하여 만들 수 있었나요?'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달리 뭐라고 말하나. 있는 그대로 말해야지. 또한 대중들은 가수의 인간다운 모습을 좋아한다. 이제 AI 시대라 더 그럴 거다. 보통은 그런 마음을 품어도 그걸 음악으로 내보일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가수가 대신하고 싶은 말 해주면 좋아한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은데, 나처럼 2년이 아니라 5년, 10년인 사람도 있을 거다. 다만 나는 예술로 승화시킬 능력이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나보고 '유명해지면 너가 마음이 달라지겠지.' 할 수 있다. 그때 가 봐야 안다. 누가 알겠나. 걔가 결혼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고, 내가 죽을 수도 있고, 인생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이렇구나' 딱 그만큼만 생각하고 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