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질문을 가지고 계속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주제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로 정했다. 이 질문, 전에 중학교 멘토링 강의에서 중학생에게 들은 적도 있다.
일단 나는 평생 가장 큰 사랑이 뭔지 모를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부모가 될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 한계점을 인정한다.
상대로 인한 나의 변화가 내 마음에 드는 것이 건강한 사랑이라고 전부터 생각했다. 더 나아가서 현재로선 이렇게 생각한다. 무언가 사랑하는 것이 내 인생 가장 큰 업적인 것. 내 인생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고등학교 때 긴 우여곡절 끝에 실용음악과 가기로 결심한 거다. 꿈에 대한 의지가 참 불타고 강했던 것이 제일 자랑스럽다. 꿈에 대한 사랑이 깊다.
그런데 이 설명만으로도 뭔가 부족하고 갈증을 느낀다. 타로 라이브에서 나눴던 대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 사랑을 알게 되고, 더 이상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닐 때. 누군가가 내 세계를 완전히 뒤집어놨을 때. 무지막지하게 넓혀놨을 때.
또한 사랑은 책임이다. 실용음악과를 선택한 순간,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인서울을 할 수 있는데, 전국 어디에도 대학을 갈 수 없을 수도 있게 되었다. 성적은 아예 상관이 없는 보컬 전공은, 처음 들어보는 하위권 대학이어도 경쟁률이 100대1이었다. 100대1이면 낮아 보일 지경이었다. 지원한 학교는 300대1, 500대1까지 있었다. 돌고 돌아 그 결심하는데 3년이 넘게 걸렸다. 초등학생 때 이미 토플 문제 풀던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책임을 지는 일이었다.
사랑은 낭비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타로 채널 통해서 많이 느꼈다. 더 이상 이 사람 때문에 시간 낭비하기 싫다는 말을 종종 본다. 난 지난 2년 동안, 한 순간도 낭비였던 시간이 없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내 자신과 내 삶을 사랑하기 때문도 있다.) 어떻게 2년 동안 아직도 그 정도 감정일 수가 있냐는 질문도 받아본 적이 있다. 난 아침에 눈 떠서 잘 때까지 하루 종일 뇌에 배경처럼 한 사람 생각이 돌아간다. 매일 그랬다. 그럼 너무 힘들었던 거 아니냐 할 수 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내가 힘들었던 건, 내 책임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 무게를 견뎌라'처럼 무거운 마음만큼 내 마음에 대한 책임이다.
사랑은 이 세상에 귀해서 보통 사람들이 이해를 잘 못한다. 실용음악과 갈 때는, 당연히 학교 선생님들도 그냥 좀 참고 공부해서 대학 가서도 음악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평생 커리어, 친구, 이성을 막론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느껴보는 건, 소수만 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계산적이다. 이건 나도 사랑하지 않는 일에 대해선 마찬가지다. 프랑스어 공부하는 이유가 나중에 다 써먹으려고 하는 것처럼. 하지만 실용음악과 공부가 하고 싶었던 건,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해서였다. 어느 고등학생이 대학교 교과과정에 과목명만 봐도 울려고 하나. 누구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나만이 온전히 느끼는 소중한 마음도 사랑이다.
사랑을 아는 사람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몰려든다. 사랑은 그렇게 점점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