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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Jun 22. 2023

책벌레 꼬마에서 첫 무대까지

기억나지 않는 아주 어릴 때부터 책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초등 저학년 때부터 점심시간에 운동장 놀이터보다 도서관에 가는 것이 훨씬 더 익숙했다. 아마 대부분의 책 좋아하는 아이들이 나처럼 내향적일 것이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멀리서 봐도 모범생의 기운을 풍겼다. 


그러던 4학년 어느 날 교내 가창 대회 본선에 처음으로 뽑히게 되었다. 2학년 때 장려상을 받았지만 금상, 은상, 동상을 가리는 본선진출은 처음이었다. 노래에 그렇게 흥미가 있는 편도 아니었고 학교에서 음악으로 두각을 보였던 것은 3학년 때 반에서 가창 시험 피아노 반주를 맡아본 경험이 전부였다. 


아직도 가창 대회 노래 제목과 가사가 기억날 만큼 내 인생 터닝포인트가 되는 순간이었다. 처음 강당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른 무대라 떨리기도 했는데 결과는 은상이었다. 대기할 때부터 이상하게도 나는 금상보다 은상이 더 받고 싶었다. 모범생이었기에 금상은 받아본 적이 있어도 은상은 받은 적이 없었고 왠지 더 이름이 예쁘게 느껴졌다.        


그때부터였는지 간간히 카세트테이프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즐겨 부르기 시작했으며 특히 디즈니 노래들을 좋아했다. 내성적이던 나와는 다르게 활발하고 끼가 많던 동생과 함께 알라딘 영화에 나오는 듀엣곡 ‘A Whole New World', 인어공주 OST 'Part Of Your World', 미녀와 야수 OST 'Beauty And The Beast' 등을 즐겨 불렀다. 동생이 변성기가 오기 전까지 나와 비슷한 음역대를 가지고 있어 같이 노래를 부를 수가 있었다.      


5학년 때 새로 전학 가게 된 학교에서는 매년 영어노래대회가 있었다.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 노래를 부를 수 있어 즐거웠다. 5학년 때는 우수상, 6학년 때는 최우수상을 타면서 새로운 학교에서는 반에서 노래 잘하는 아이로 유명해졌다. 어릴 적부터 친구가 적고 혼자 도서관에 가서 책 읽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던 터라 노래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새로웠다. 사람들 앞에서 나를 드러내는 일에 처음으로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노래를 즐겨 부르고 노래 대회에 참가하였던 덕분인지 훗날 입시 준비를 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때 부르던 뮤지컬 노래들은 뮤지컬 캣츠 ‘Memory', 지져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오페라의 유령 ’Think Of Me', 지킬 앤 하이드 'Someone Like You' 등 어른이 되어서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었다. 비록 그때는 그저 아이가 영어로 또박또박 노래를 부르는 수준이었겠지만 어릴 때부터 많이 불러본 노래였기에 듣는 사람도 더 편안하고 완성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세 번의 가창대회 참가 이후에도 여전히 누군가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평범하게 선생님이라고 답했다. 그러다 드디어 2011년 2월 어느 한 외국 가수의 내한공연을 혼자 다녀온 뒤 제대로 된 꿈이 생겼다. 그 가수는 바로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인 테일러 스위프트였다. 만 12살이 혼자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가다니 놀랄 일이다. 내 인생 첫번째 콘서트였다. 


당시 중학교 1학년 나에겐 컴퓨터도 MP3도 없어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가서 CD를 사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저스틴 비버, 에이브릴 라빈과 같은 팝 가수들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테일러 스위프트 앨범 'Speak Now'는 10개가 넘는 앨범 트랙 순서를 다 외울 때까지 들었다. 지금도 테일러의 그 앨범을 가장 좋아한다. 그렇게 매일 듣던 그녀의 무대를 실제로 보자 나도 저렇게 무대에서 자작곡을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같은 해, 드디어 첫 무대를 하게 된다. 


https://youtu.be/glI2PjMQ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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