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가연 Jun 22. 2023

Memory

꿈을 가지고 달려 나가던 시기에 처음 섰던 첫 무대는 평생 잊지 못한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매년 예술제를 진행하였는데 동아리가 아닌 사람은 개인 또는 팀으로 오디션을 봐서 참가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노래에 흥미가 있는 나를 알아보시곤 오디션에 선뜻 참여하지 못하는 나를 오디션 장소까지 함께 가 주셨다. 소극적이었던 나는 혼자서는 직접 오디션에 참여하고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선생님 덕분에 오디션 결과는 합격이었고 천 명이 넘는 전교생 앞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게 되는 멋진 기회를 얻게 되었다. 


지금까지 무대는 교내 노래 대회에 4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매년 참가한 것뿐이었다. 관객이라고는 참가자들과 심사위원인 선생님 몇 분, 기껏해야 몇십 명 정도였다. 이제는 천 이백 명 가까이 되는 전교생이 모이는 행사라니 생각만 해도 두근거렸다.      


아직도 ‘나의 첫 무대’ 하면 떠오르는 그때의 느낌이 있다. 긴 팔 원피스를 입었는데 10월임에도 강렬한 조명 탓에 무대 위에선 매우 더웠다. 눈부시게 비춰오는 조명에 대체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혼란스러웠고 관객석에 사람들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눈을 뜨기가 어렵고 더웠던 기억이 강하다.      


노래는 어릴 적부터 동생과 함께 자주 부른 뮤지컬 캣츠 ‘Memory'를 불렀다. 신기하게도 그로부터 삼 년 뒤, 동생도 같은 학교 같은 축제에서 나와 똑같이 혼자 그 노래를 불렀다. 내 피아노 반주에 동생이 노래 연습하기도 하고 우린 참 그 노래를 즐겨 불렀다.  

    

그 무대 이후로 학교에서 내 존재감이 달라졌다. 한동안 복도를 지날 때마다 사람들에게 노래 잘 들었다며 칭찬 들었다. 노래 한 번으로 잘 모르던 친구에게서도 인사를 받으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축제 당일엔 첫 무대를 한다는 긴장감 탓이었는지 아침부터 목이 아파 꿀물을 물통에 두 개씩이나 준비하여 수시로 마시곤 했다. 놀랍게도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게 아팠던 성대는 무대 위에 올라서니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그때 경험이 있어서인지 지금도 큰 무대 직전에 목이 아파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 편이다. 갑자기 목이 아파지는 것은 대부분 스트레스에서 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이제는 어차피 무대에 오르면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 믿는다.     

 

‘초심’ 하면 그날의 ‘Memory’ (기억)가 떠오른다. 




* 배경 사진은 고등학교 1학년 때입니다. 



이전 01화 책벌레 꼬마에서 첫 무대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