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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Jun 26. 2023

전단지 한 장

내가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나를 알바생으로 생각할 것이다. 개인이 직접 자신의 홍보를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나눠주는 일은, 나 역시도 아직 본 적이 없다. 아무리 열심히 인사하며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누어 주어도 길바닥에 많이 버려진다.      


첫 싱글을 발매했던 2016년 5월, 회사도 없는 내가 어떻게 하면 내 노래를 홍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길거리로 나가게 되었다. 이미 지인들에게는 물론 각종 SNS에 홍보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다 문득 여고 시절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이 하교 시간에 교문 앞에 와서 학생들과 사진도 찍어줬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 나도 한번 아이들을 사로잡아 보자!’ 

제일 먼저 남고로 갔다.      


하교 시간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무작정 학교에 도착해 학생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처음 학생들을 향해 손을 뻗던 순간이 기억난다.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도 없고 남고 앞에 서 있어 본 적도 없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간절하게 손을 뻗었다.      


때론 집 가는 길에 널브러져 있는 전단지를 보면서 속상한 적도 있었다. 집에서 어렵게 인쇄해서 자른 내 종이인데, 하면서 잉크값이 아깝다며 다시 줍기도 하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음 학교를 찾았다. 그렇게 열 군데가 넘는 학교에 다녔다. 때로는 힘내시라는 학생들의 말이 큰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전단지를 보고 학생들이 유튜브와 SNS에 응원 댓글을 남겨주어 소소한 보람과 기쁨을 얻었다. 


‘학교 앞까지 본인이 직접 홍보 오셔서 감동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천장을 넘게 돌려도 한 달 저작권료는 하루 왕복 교통비도 채 되지 않았다.      


과연 집까지 종이를 가져가서 들어볼 사람이 백 명 중 한 명은 될까.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방법이었다. 그 이후에는 이어폰을 낀 사람들을 위주로 전단지를 주기 시작하였다. 살면서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주어도 버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에는 음악이 있는 곳으로 갔다. 콘서트장, 뮤지컬 극장, 엔터테인먼트 회사 근처 등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으러 집을 나섰다. 실용음악과 수업을 들을 때는 강의실에 있던 모르는 학생들이나 교수님들께도 전했다.  


첫 번째로 찾았던 기획사는 홍대에 위치한 한 유명 엔터테인먼트였다. 처음엔 이곳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분들이 매일같이 오는 회사구나 하며 신기했다. 누군가 회사 문을 열고 드나들 때면 괜히 부럽고 사옥 안이 궁금해졌다.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달리 없었다. 그저 회사를 바라보면서 나도 몇 년 후에 이곳에서 그분들과 함께 노래해야지, 음악 이야기를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 다였다.      


감사하게도, 회사 사옥 앞 편의점 사장 아주머니께서 내 전단지를 회사 소속 직원분들이 나오시면 가져갈 수 있도록 계산대에 둘 수 있게 해 주셨다. 누가 그 종이를 가져갈지 또 읽어는 볼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내 음악이 알려질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생긴 것이 좋았다.      


가만히 있으면 내 노래를 사람들에게 전할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루에 발매되는 디지털 싱글은 수십 곡이 넘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것이 더 있다면 모든 걸 할 각오를 하였다. 나를 응원해주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댓글들을 보고는 더욱더 힘이 났다. 


전단지를 이용한 홍보는 다섯 번째 싱글 [바보라서]를 발매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 종이 디자인과 장소를 더욱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저 한 명이라도 더 내 노래를 들어주길 바라던 마음은 여름날 뜨거운 태양과도 똑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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