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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Jun 28. 2023

너란 사람

이가연 두 번째 싱글 

데뷔 싱글 [Rest In Peace]를 발매하고 4개월 후 가장 오래전에 썼던 곡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이 곡을 썼던 중학교 시절에는 이 노래가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내가 차마 누구에게도 드러낼 수 없었던 진심을 휴대폰 녹음기에 담고 노트에 끄적여 두었던 곡 중 하나였다.  


중학생 때 썼던 터라 가사가 다소 어린아이처럼 느껴졌지만 처음 쓴 그대로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작업을 하였다. 이미 4년이란 세월 동안 불러서 익숙해진 탓도 있었다. 앨범 재킷은 서울 사람이라면 “아, 거기”라고 할 만한 인사동 쌈지길에서 촬영했다. 전문 사진사 작품도 아닌 그저 같이 인사동에 놀러 갔던 일본인 친구가 찍어준 사진이다.      


[너란 사람]은 발매 이후 오디션에서도 자주 부르곤 했다. 특히 ‘내 심장 소리 혹시라도 그녀가 들을까’ 하는 브릿지 부분을 부를 때면 노래를 집중해서 들어주시는 심사위원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직접 쓴 곡이기에 어느 기성곡보다 몰입하여 부르기 쉬웠다. 또 중학교 때부터 자연스럽게 피아노 앞에서 불러오던 곡이기에 긴장감도 들지 않았다.      


[Rest In Peace]는 고3 때 실용음악 학원 연습실에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가 내게 찾아왔었다. 그때 연습하던 노래와 같은 코드 진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피아노로 놀다 보니 곡이 탄생했다고나 할까. 그에 비해 [너란 사람]은 그저 침대 위에서 밤 11시 무렵 처음 겪어보는 가슴 아린 아픔과 외로움 속에 탄생했다. 마치 혼잣말하듯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녹음기에 대고 읊조렸다. 가사도 멜로디도 고민 없이 그저 툭 전부 내뱉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위 ‘그분’이 오셨던 거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더 정이 간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다 소중한 나의 곡이지만 그중에 더 애틋한 곡들이 있다. 곡을 쓰고 부르던 당시 마음이 힘들었던 만큼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직접 써서 세상에 내놓은 곡이 내 ‘자식’과 같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 곡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가사 한마디 한마디에 추억이 짙게 묻어있는 곡이다. 



https://youtu.be/6EoqzVPrA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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