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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Jul 07. 2023

기다림의 끝

두 번째 싱글을 발매하고 2018년 1년 반 만에 신곡이었다. 또한 엄마와 동생의 생일날이었다. 2017년 한 해 동안 매주 공연하며 바쁘게 지낸 탓도 있었지만 두 곡을 발매하는 과정에서 매우 아쉬웠다. 기획사를 찾아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신곡을 발매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그런 바람과는 다르게 오디션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휴학 기간이 끝나고 대학교 2학년이 되면 신곡 작업에 신경 쓸 겨를도 줄어들 텐데 공백이 2년이 되기 전에 빨리 발매해야겠다는 조급함이 밀려왔다.      


이 곡을 작업하면서 많이 들었던 곡에는 샤이니 종현의 ‘하루의 끝’이 있다. 먼저 피아노와 보컬로 이루어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고 아이러니하게 제목도 비슷하다. 작업을 한 시기도 한창 그가 남긴 노래를 감상하던 시기와도 맞물렸다. 이 곡 역시 ‘나의 하루는 그대를 맴돌아/그대의 하루는 나 없이 지나가’라며 ‘하루’를 이야기하고 있다. 새벽 감성을 어루만지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 ‘하루의 끝’은 가만히 앉아 듣고 있으면 아름다운 선율이 마치 손수건처럼 마음을 살살 어루만져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곡이다. 나 역시도 새벽에 홀로 침대에 앉아 들으면 눈물이 날 듯한 곡을 만들고 싶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 연락만 알림이 울리도록 설정하고 핸드폰을 침대 곁에 두었다. 새벽 4시에 알림이 울렸고 잠귀가 밝은 나는 가사처럼 번쩍 일어나 답장하였다. 녹음하는 동안 곡을 쓰게 되었던 당시 감성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하였다. 어떻게 하면 내가 오랜 시간 느꼈던 ‘기다림’이라는 아프고 슬픈 감정을 더욱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하였다.

     

이 곡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후렴도 아닌 벌스와 브릿지 부분이다. ‘진동 소리에 그만 눈을 떴네’로 노래가 시작하는데 가사를 통해 이 곡을 쓰게 되었을 때 심정을 느낄 수 있어서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답장을 기다리던 그 새벽의 기다림이 곡의 시작부터 절절히 느껴진다.      


‘아직 내 맘을 모르니까 한결 더 편한 거라’라고 시작하는 브릿지 부분은 답답함과 슬픔을 외치는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부분이다. 아직 상대가 내 맘을 알지 못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대체 이 기다림은 언제 끝이 날까, 왜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걸까,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대체 왜’라는 가사로 소리치고 있다.     

 

회사 없이 음원을 발매하면 내가 쓴 곡을 편곡해줄 사람을 구하는 일부터 믹싱, 마스터링, 유통사 선정, 앨범 재킷 디자인까지 전부 혼자 결정해야 한다. 음원이 완성되어도 과연 이 상태로 확정해도 될지 아니면 더 수정 요청을 해야 할지 판단도 잘 서지 않는다. 스무 살 때는 그저 내 노래를 세상에 알릴 수 있다는 기쁨에 발매 자체에 의의를 두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완성도 있는 음원이 만들고 싶어졌다.



https://youtu.be/GJ2FwaUKO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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