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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Jun 30. 2023

왜 이 노래인가

착해 빠진 게 아냐 (2) 

'착해 빠진 게 아냐'가 3년 5개월 만에 발매하는 신곡인만큼 왜 많은 자작곡 중에 이 노래를 선택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회사가 있는 아티스트라면 A&R 팀 여러 사람 의견이 모여 곡이 정해지겠지만 나는 독립 뮤지션이니 무슨 노래를 낼지는 온전히 내 선택이다. 


지금까지 발매한 자작곡은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하나는 '기다림의 끝', '내 잘못이야'와 같은 잔잔한 울림을 주는 발라드이고 다른 하나는 'Rest In Peace', '친구 아닌 너'와 같이 통통 튀는 인디 어쿠스틱 노래이다. 이번 신곡은 2018년에 발매한 '친구 아닌 너'와 유사한 분위기로 나의 발랄한 이미지를 강화한다. 


해맑고 발랄한 스타일은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한계가 있다. 40대, 50대가 되어서도 얼마든지 '내 잘못이야'를 부를 수 있지만 '친구 아닌 너'를 부르긴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유 님이 콘서트에서 더 이상 '마시멜로우'를 부르지 않겠다고 은퇴 선언을 하신 것처럼 나도 언젠가는 '친구 아닌 너' 은퇴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맑고 귀여운 스타일의 곡을 좋아한다. 한 가지가 아닌 다른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번 신곡을 통해 지난 싱글 '내 잘못이야'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이다. 


'친구 아닌 너'를 발매했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숏폼 콘텐츠가 유행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노래가 너무 짧은 게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대중가요가 그래도 3분은 넘어야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시기다. 하지만 직접 쓴 보도자료에서도 언급했듯 노래가 3분이 넘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비틀스 노래도 2분가량인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숏폼 콘텐츠가 대세인 지금 시점에서 이번 신곡은 사람들의 취향에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물론 주행해보지도 못했지만 역주행을 노려볼 곡으로 '친구 아닌 너'를 염두에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연에서 '너란 사람', '기다림의 끝'과 같은 발라드를 연달아 부르면 관객들이 지루해할 수 있다. 발라드와 발라드 사이에는 'Rest In Peace'와 같은 발랄한 노래가 있어야 사람들이 박수 치고 리듬을 타며 공연을 더욱 즐길 수 있다. 이 노래를 통해 공연에서 사람들에게 더욱 즐거움을 주고 싶다


이렇듯 이번 신곡은 지난 싱글과는 다른 발랄한 매력을 더 보여주기 위해, 짧아진 콘텐츠 흐름에 맞기 때문에, 좀 더 다채롭고 즐거운 공연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게 되었다. 


지금보다 감성이 더 깊어졌을 때 발매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발매를 미루고 있는 발라드 곡들도 많다. 하지만 그리 오래 미루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쓴 곡들은 대부분 30분 이내로 빠른 시간 안에 나온 곡들이기에 그 시기에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이 온전히 담겨져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시 썼던 감성이 점점 잊혀지게 될까 걱정이 된다. 태어나 처음 쓴 곡은 벌써 11년 동안 노트 안에 묵혀져있어 얼른 발매할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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