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러운 공연의 요소
만족스러운 공연을 이루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사람이다.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나를 맞이해 주는 스탭, 그날 같이 공연하는 다른 팀 그리고 관객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같이 공연하는 팀 멤버들과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사를 해도 차갑고 경계하는 모습이 느껴지면 공연 시작 전부터 기분이 좋지 않다.
두 번째는 페이이다. 공연을 해서 얻는 수익은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체로 실외 공연은 페이가 있고 실내 공연은 페이가 없는 오픈마이크 거나 티켓 수익 배분 형식이다. 카페나 펍에서는 티켓 판매를 하더라도 관객수가 보통 열명 이하로 적기 때문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몰입이다. 당연히 노래 공연이니 노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프로 뮤지션이기에 특별히 컨디션이 최악이지 않은 이상 노래에는 큰 기복이 없다. 그렇지만 때에 따라서 노래할 때 그 순간 최고의 몰입이 가능한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참 감사하면서도 즐겁다. 이미 수차례 공연에서 부른 노래일지언정 그 순간, 색다르게 느껴진다. 이와 같은 순간들이 있기에 같은 곡이라도 장소에 따라 부르는 재미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매번 했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지겨울 것이다.
네 번째는 무대 환경이다. 충분한 리허설을 할 수 있었는지, 음향은 괜찮았는지, 조명 및 기타 무대 환경이 불편하지 않았는지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은 즐거움이다. 내가 이 공연을 즐겼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무대 환경에서 높은 페이를 받고 완성도 있게 노래를 불렀어도 내가 즐겁지 않았으면 소용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공연을 위한 요소로 '사람'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공연장에 도착해 처음 만난 스탭이 불친절하고 다른 팀에게 인사를 해도 잘 받아주지 않으면 아무리 즐겁게 공연을 시작하려고 해도 좀처럼 어렵다. 이미 상한 기분을 돌이키기란 쉽지 않다. 뒤이어 공연 중 관객 반응마저도 미지근하고 질문에 아무도 관객 석에서 대답해주지 않는다면 더욱 마음이 힘들어진다.
사실 이 모든 요건이 갖춰질 확률은 희박하다. 지금까지 공연 중에 손에 꼽힌다. 그렇지만 무대 올라가기 전부터 사람들과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무대 세팅이 잘 준비되어 있으면 높은 확률로 본 공연에서 에너지를 뿜어내며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하지만 무대 환경이 아무리 나쁘고 사람들이 불친절했어도 페이가 최고 수준이라면 기분이 덜 나쁘다. 안타깝게도 간혹 이 모든 요소가 전부 충족하지 못하는 공연도 꽤 있었다.
사람, 페이, 무대 환경은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다. 물론 페이나 무대 환경은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런 악조건에서 노래한 경험을 통해 노래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은 앞으로 점점 향상될 것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실력 있는 스탭, 적절한 페이와 좋은 무대 환경도 더욱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돌이켜봤을 때 참 즐거웠던 공연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