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관과 가정환경에 대한 고찰

by 이가연

동생이 친구들한테 아빠가 엄마한테 되게 잘하실 거 같다는 말을 들었다는 걸 주워 들었다. 동생 주변 친구들은 아빠가 결혼기념일이라고 꽃을 사 오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요즘 젊은 부부도 아니고, 우리 부모 세대엔 그럴 거 같긴 하다.


나에게는 결혼한 지 20년이 지났든, 30년이 지났든, 여유가 있으면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1박 2일 부부끼리 호캉스 가는 게 이상하지 않다. 엄마가 얼마 전에도 가서 난 집 지켰다... 그래서 종종 '하 따 나는 28살 먹고도 호캉스 한 번 안 가봤냐?' 싶지만 그건 50대에도 할 수 있단 걸 엄마를 통해서 봐서 괜찮다.


그런데 내가 결혼할 사람이, 나와 같은 가정환경이 아닐 확률이 한 90% 이상일 거다. 설령 "부모님 모시고 어디 좋은 데 가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한대도, "부모님을.. 뭐.. 뭐 모시고..? 우리 엄마 신체 나이 나보다 더 우수할걸. 무엇보다 자식들이랑 같이 다니는 거 아주 싫어하셔. 무조건 부부 단둘만이야." 라고 할 거다.


90% 아니고 99%일 거 같다. 흔히 가정환경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된다, 가정환경 무시 못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개인이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그 환경을 딛고 나온 개인의 능력은 다른 문제다. (쉽게 예를 들어, 전남친이 나이가 거의 마흔임에도... 밤만 되면 매번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거슬린다고 말했는데도 또 다음 날 벨소리가 울리고 바로 받아서 화를 냈다. 그런 게 능력 부족이다... 그런 엄마를 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부모처럼 살고 싶은 점'과 '절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점', 두 가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나에게 전자는 50대에도 호캉스를 다니며 즐겁게 사는 거고, 후자는 엄마가 젊었을 적에 시댁 때문에 굉장히 고생한 점이다. 그래서 내가 그 전남친 벨소리 에피소드도 인상 깊게 기억하는 모양이다. 아빠도 어려서 그랬겠지만, '왜 더 진작 엄마로부터 그런 친할머니를 커트 못 했지?' 싶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엄마랑 나랑 성격이 아주 다르다.


나는 마음이 완전히 편한 사람이 아니면 같이 밥 못 먹는다. 오늘도 봉사처 선생님께 자꾸 밥 먹고 가라고 해서 너무 불편하다고 안 그래주셨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거듭 밥 먹고 가란 말을 들었는데, 너무 스트레스받았기 때문이다. 절대 같이 밥 먹을 일 없을 거라고 보냈다. 그동안 너무 많이 폭발해봐서, 더 이상 그러지 않기 위해 화가 쌓이기 전에 그때그때 표현하는 연습을 수년 동안 했다.


본체는 아빠인데, 키운 건 엄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럴수록 나는 나를 믿어야 한다. 내가 화를 내거나 분노 한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는 혼자 살아왔으니까 내가 다 조절해야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중간에서 도와줄 거다. 그걸 가만히 방치하면 사람이 아니니까.


글을 쓰다보니, 나는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나의 남과 다름이 보호받아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절실하게 필요로하는 게 느껴진다. 솔직히 장점을 치켜세워주는 사람은 널리고 깔렸다. 누가 봐도 나는, ADHD인 거 모르고 봐도 나는, 장점도 재능도 많다.


내가 느끼는 감정 조절 어려움과 감각 과부하를 막아주길 참말로 바라는구나. 내내 혼자였으니까. 혼자인 수준이 아니라, 영국 오빠를 제외한 가족이고 친구고 전부 기름을 들이 부었다. 이 오빠를 통해서 '오케이. 친구도 이런 친구만 가능하구나.'하고 배웠다. 그럼 연인은 어떻겠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하는 건 어느 정도 관계겠나.


어차피 내 사람은 인생에 한 명이다. 왜 만날 수 있는 사람 풀이 넓어야 하나. 그러면 누구랑 연애를 하다가도 좀만 갈등 생기면 '이 사람 말고도 만날 수 있지 않나?' 생각하는 거 아닌가. 그게 어딜 봐서 사랑인가.


'만 번을 생각해도 내 인생엔 너 한 명밖에 안 될 거 같아. 죽었다 깨어나도 없을 거야. 다음 생에도 널 찾을게.'가 맞지, '난 변호사에~ 집도 있고~ 어쩌고 저쩌고~ 한데 결혼정보회사처럼 각 재보니 딱 너가 있더라고. 그래서 널 선택했어.'가 맞냐. 그럼 비슷한 사람 만 명 중에 한 명이란 말밖에 안 된다.



이건 또 무슨 종류의 프로포즈 글이야...

요즘 감기 몸살로 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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