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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타고난 기운이 다르면

땅도 나무가 필요하겠지

by 이가연

창원에서 산 좋고 물 좋은 구경 하다 보니 '역시 나는 수(水), 목(木) 기운이 필요해.' 하며 사주 생각이 났다. 서울은 특히나 금 기운이 강한 도시인데 그중에서도 차갑고 높은 빌딩 많은 여의도에 살고 있으니 나를 억압하는 기운에 둘러싸여 있었다.


한 남자와 여자가 있다고 치자. 영국은 수 기운이 강한 나라다. 거기다가 런던도 아닌 항구 도시에 있었다. 나무인 내가 거기 있으면 갑자기 수 기운이 넘쳐서, 휩쓸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근데 얘가.. 아니 이 상대는 땅이라서 중심을 잡아준 거다.


영국 가서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에도 상대를 보호자처럼 느껴서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다. 내가 얼마나 독립적이고 인생 혼자 살아가는 게 익숙한데. 그땐 단순히 타지에 있어서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사주적으로 봤을 때 바다에 떠내려갈 뻔한 나를, 땅이 붙잡아 준 거였다. 그러니 나만 보면 자꾸 엄마처럼 잔소리하고 싶어 지고, '어후 칠칠맞긴'하면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거다. 원래도 그런 성향이 있지만, 그때는 그게 더 극대화되었을 거다. 물에 휩쓸리는 나를 붙잡아 주는 역할을 상대가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으니까.


둘은 합해서 화기운을 형성한다. 남자는 넓은 흙과 같은 존재라서 주변을 보호하려는 기질이 있다. 근데 이것도 열기를 받아야 활력이 생기고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은 특히 서울이라면 금 기운이 강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흙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버리며, 답답해질 수 있다.


이런 묵묵한 땅의 기운을 가진 사람은 감정을 묻어두고, 속으로 삭이는 게 익숙하다. 반면 나는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말하고 싶은 건 다 말하는 존재로 보였을 거다. 열정 불타오르고, 막 추진하는 모습이 상대 입장에서는 신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러웠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상대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건 타로로는 볼 수 없던 부분인데, 역시 공부를 하면 얻는 게 있다. 봄, 여름이 다가올수록 내가 더 활력이 넘쳐서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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