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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어제 공연 요약

by 이가연

이점

20대 내내 사람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는데, 쉬워졌다. 그냥 초면에 ADHD인 거 말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도 안 맞다. 나랑 맞을 사람은 순식간에 대화가 깊어져야 한다.



벚꽃

집에서 30초면 여의도 벚꽃길을 볼 수 있다.

처음으로 영국보다 한국이 뭔가 아름답다고 느꼈다.



지나간 연애

"전남친 욕하지 마라. 어차피 끼리끼리 만난 것이 아니냐."라고 한다면 할 말이 있다. 그래서 내가 '모두' 3주 만에 그 잘못을 깨닫고, 정 때문에 이끌려 한 달을 더 만나든지, 한 달 안에 끝냈다고. "보는 눈이 왜 이렇게 없냐"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런던

저는 런던을 사랑해요. 왜인 줄 아세요?

한 달에 한 번 갔기 때문이에요.

거기 살았으면 런던이 애증의 장소가 됐겠죠.


사우스햄튼에 살았어서 장점이 또 하나 늘었다.

'런던을 여전히 같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다.'



참는 것에 익숙한 한국

영국에서 배워온 것이 하나 있다면, 한국은 너무 참는 것에 익숙하니 틀을 깨란 거다. 영국 학교에서 회의할 때, '뭐 이런 것도 회의 안건으로 나와?'싶은 것도 대화를 나눴다. 속으로 '그런 것도 못 참냐.'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한국이 참 문제로구나.' 느꼈다.


매일 규칙적으로 아침 8시에서 9시에 러닝머신을 뛰는 소리가 들린다. 엘리베이터 3개 모두 쪽지를 붙이고 왔다.


엄마는 이미 관리실에 얘기했는데, 위에서 그런 적 없다고 했다고 한다. 바뀐 게 없는데 한 번으로 포기하는 건 영국물을 먹기 전에나 있을 일이다.


한 달에 관리비 100만 원 넘게 나오는 집이다. 그런 걸 해결하라고 관리실이 있는 게 아닌가. 결코 '이런 것쯤은 참고 살아야지.'라고 나와 주변인이 그러는 꼴을 내버려두지 않을 거다. 영국 기숙사 옆방 때는 열댓 번을 노력했기에 '이건 정말 영국 시스템상 문제다. 할 만큼 다 했다.'라고 종결지을 수 있었다. 설령 아무것도 바뀌지 않더라도, 해볼만큼 다 한 게 중요하다. 늘 너무 많이 노력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을 뿐, '내가 뭐라도 더 해 볼 걸.'이라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게 나다.



어제 공연 요약

'타지에서 외로워서 갖고 놀던 여사친이었는데 여친한테 걸려서 팽당한 것'으로 쓴 곡들을 불러서 돈을 벌었다. 이렇게 요약하기까지 1년 3개월이 걸린 것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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