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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괴로우면 욕심이다

by 이가연

괴로우면 욕심이다

법륜 스님이 하신 말씀 중에 기억나는 말은 딱 이 한 문장이다. "괴로우면 욕심이다." 유튜브를 10년 해도 구독자수가 천 명이 되지 않아서 괴로웠나. 음원 수익이 한 달에 몇백 원 꼴이라 괴로웠나. 아니다. 나는 유튜브를 하는 것, 음원을 발매하는 것 자체를 즐겼다. 그런데 지금 준비하는 앨범을 누군가가 듣고 질색할까 봐 괴롭나. 괴로워 디져버리겠다. 욕심이다.


뮤지션이... 욕심을 음악에 부려야지 사람에 부리면 쓰나.



영국 먹을 거

유럽 가면 맛없는 걸 비싸게 먹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피시 앤 칩스나 먹다와야지.



의식주

사우스햄튼 가는 게 좋은 이유는 호텔과 먹을 걸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식주가 중요하다.



집중력
내 영국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얘는 뭘 이렇게 학교 수업 듣고 과제하고 시험 본 얘기는 없고 바깥 활동을 많이 했을까. 그럴 시간이 되나.'싶을 수 있다. 나는 남들 5시간 걸릴 걸 30분 만에 한다. 그게 ADHD다. 내가 사랑하는 일이라면 몇 배의 집중력이 발휘되어 남들의 몇 배 속도다.


그 어떤 과목도 하기 싫거나 관심 없는 과목이 없었다. 그게 그 학교 골랐던 이유 중 하나다. 하기 싫은 과목이 하나라도 있었더라면 아주 짜증 내며 아주 미루며 아주 능률이 떨어졌을 거다. ADHD인 줄도 몰랐는데도, 이미 나에 대해 잘 알아서 '모든 과목이 마음에 드는가'가 중요했다. ADHD인은 가능한 하고 싶은 거만 해야 한다.



아이 같음

누군가 나에게 ADHD의 매력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이 같음'이라 할 거다.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장점은, 비 ADHD인도 그런 사람이 많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 되는 부분이다.


'아이 같음'은 감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깊게 느끼는 거라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사회인이 유치원생과 같은 동글동글하고 생기 있는 눈빛을 노력한다고 가질 수 있겠나. 작년에 승무원 언니가 나 보고 식사 드리는데 너무 귀여우시다고 한 적도 있다. 기대되는 눈빛으로 쳐다보긴 했다.


성인이라면 사회적인 자리에 갔을 때 본인이 의식하지 않아도 사회적 가면을 쓰게 된다. ADHD인은 그 가식이나 계산을 덜 하게 되는데, 이건 비 ADHD인이 '나 이제부터 투명하게 행동할 거야.'라고 다짐한다고 되는 영역은 아닌 거 같다. '아이다움'을 되찾으려고 난리인 세상에 이건 재능이다.



지속 가능한 앨범 발매를 위하여

이 앨범은 내가 올해 한 일 중에 가장 아픈 일이 될 것이다. 그 말은 즉, 이에 준하는 아픔은 앞으로 올해 안으로 없길 바란다는 뜻이다. 있겠지만. 이쯤 되니 상처받고 음악 하는 게 내 인생인 거 같다.


오래오래 음악 하려면 상처받지 않고도 음악 하는 법을 하루빨리 깨우쳐야 한다.



돈과 감정 소모

감정 소모, 이게 돈 써서 없는 거보다 훨씬 더 문제다. 돈은 벌면 회복되지만, 감정은 이미 깎여져나간 거라 회복이 힘들다. 돈은 그만 두면 다른 일 하면 되는데, 사람은 아무리 만나도 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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