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아무리 다 죽어가고 있었더라도, 영어만 하면 갑자기 다 잊고 활력이 돈다. 물 먹은 솜처럼 살다가도, 한 번도 물에 젖은 적 없는 솜처럼 된다. 사람들 발에 차이고 차인 낙엽 같다가도, 예쁜 색깔의 꽃으로 사람들을 방긋방긋 바라보는 느낌이다.
슬픈 생각이 자꾸 침습하여 괴롭다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운동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라는 조언을 할 거다. 대체 그 누가 "외국어 해라"라는 조언을 하겠는가.
최고의 처방은 내가 내려줄 수 있다. 매일 3-5개의 글을 발행하며 나 자신을 돌아본다. 많은 시간 친구 두 명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나 제대로 알기' 과목이 있다면 A에서 A+가 되려고 계속 노력한다.
내가 발견한 나는, 아무리 영어라도 말하다 보면 한국어보다 두 배 빨리 기가 쫙 빨린다. 그래서 외국 나가서 풀타임으로 하루 7시간씩 영어하라고하면 '그것도 좀...'싶다. 그런데 외국어를 1-2시간 할 때는 아주 생기가 넘친다. 표정과 태도, 자아까지 다 달라진다.
그러니 '앨범 낸 거는 진짜 알려야겠어서 또 기프티콘 보내가지고 자동 거절되고 다 죽어가는 나'에서 '한국에서 나고 자라 모국어가 한국어인데도 영어만 하면 활력이 넘치는 나'로 자아가 바뀌는 거 같다. 방금 영어 하면서 단 1초도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딱 영어 하는 그 순간만 자유로웠다. 밥을 먹어도, 화장실을 가도, 한국어를 하는 환경에 있을 땐 한순간도 자유롭지 못하고 뇌를 지배당한다.
1년 반째 그러한데, 중간중간 외국어할 때마다 자유로움을 느끼니 얼마나 좋을까. 이건 마치 신생아를 육아하는 부모가, 잠깐 애기 맡겨놓고 1시간 동안 장 보고 오는 것과 같다. 장 보는 거 자체가 그렇게 즐거운 일이 아님에도, 숨 쉴 거 같은 그 느낌이다.
슬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