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지 지음 / 레드박스
p24 그런데 딱 자살만 안 하고 버티면 이 모든 것이 그대로 기막힌 재산이 되는 유일한 직업이 작가다.
- 이 문장을 읽고, 역시 작가님이셔서 그런가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할 수가 있지 싶어서 눈물이 고일 정도였다. 문득 '싱어송라이터'도 있는데? 싶었는데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점을 생각하면 싱어송라이터도 작가다.
p26 작가에게 불행은 그 고마운 손이다. 결과적으로는. 근데...... 살짝 불행한 게 아니라 충분히 불행해야 한다. 충분히란...... 이러다 죽는다고 확신할 정도를 말한다.
- 이 구절은 굳이 첨언하지 않겠다... 아... 이러다 죽을 거 같아서 쓴 브런치 글들이 너무 많다.
p28 작가를 본 적 없거나 못 쓰는 작가만 본 사람들은 작가가 되게 얌전하고 내성적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말수 많은 사람이 있고 적은 사람이 있지만 죄다 상당히 공격적이고 외향적이다.
- 영국에 있을 때도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이틀에 한 번꼴로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지금은 매일 3-5편이다. 왜일까. 말할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하루에 이만큼은 말해야 살만한데, 한국에선 그만큼을 못 말해서. 하지만 난 분명 내향인이다. 나는 1대 1 대화만 좋아하고 그룹은 힘들다. 상당히 공격적인 건 인정한다.
p29 내가 아는 드라마 잘 쓰는 여자 작가 중에도 행복한 여자는 없다. 눈을 씻고 봐도.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 나도 당연히 행복한 순간들이 있는데, 행복할 때는 곡 쓸 생각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다. 사람들하고 행복을 나누기에 바쁘다.
저는 근데 조금 불행하고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아티스트 될래요. 테일러 스위프트는 뭐 행복한 여자인가. 쓴 곡들 보면 아주 파란만장하다. 감수하겠다.
p31 죽으면 사랑할 수 없다. 추모는 사랑이 아니다. 짝사랑이 사랑이 아니듯.
아주 격하게 공감하며 잘 읽다가 여기부터 정 떨어져서 이 책은 덮어야겠다 싶었다. 다시 책장에 꽂아놓기 전, 쓱 넘기다가 최진실 이름이 나오는 걸 보고 잠깐 멈췄다.
최진실은 ~~ 집착했다. ~했으면 최진실은 자살 같은 거 절대절대 하지 않았다. 이런 말은 최진실 본인이 아니고서 쓰면 절대절대 절대절대 아주아주 안 된다. 고인은 말할 수가 없다.
누가 내가 죽은 뒤에, 이 책과 같이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볼 수 있는 곳에 '이가연은 ~~에 집착했다. ~했으면 이가연은 훨씬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이다.'라고 했다면 내가 있는 곳으로 끌고 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