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처음엔 여의도 북카페 아크앤북에서, 그다음엔 ktx 타고 서울 도착해서 용산역에서 들린 영풍문고에서, 마지막으로 오늘은 신촌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나는 이 책을 발견했다.
아무 생각 없이, 세 번 다 한 번에 똑같은 페이지를 펼쳤다.
가장 현실성 있는 해석은, 그 페이지가 인상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미 많이 펼쳐서 나도 따라 펼치게 된 거다. (그럴 확률이 제일 높다.)
그런데 일반인 중에서 영적인 기운을 어느 정도 타고났다고 믿는 나는, 뭔가 너무 찜찜하다. 두 번째만으로도 이미 심상치 않았다. '이번엔 어딜 펼치려나' 생각하고 펼친 것도 아니고, 오늘도 아무 생각이 없었으니 놀랄 수밖에.
저 페이지에 담겨있는 주제에 관해서는 오빠와 제이드를 제외하고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과거에 어떤 사람들에게 '그런 말하면 내가 진짜 심히 화낼 수 있다'며 으르렁거린 기억들이 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그 둘에게만 얘기한다.
하늘은 이미 내가 누구의 말도 안 들으려고 하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난 요즘 책이 파묻혀 산다.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집 앞 북카페나 도서관 중에 골라서 2시간쯤 책 읽다가 집에 오는 게 유일한 일과였다. 그러니 하늘이 책이라는 매개를 사용한 게 아닐까.
나는 저 책 제목도 거슬린다. '죽을 거 같다. 기절할 거 같다.' 이런 말을 지난 1년 동안 너무 많이 했다.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숨을 못 쉴 거 같아서 어딘가로 간 적이 있는가. 작년 여름에 한국 돌아온 이후로, 영국 - 창원 - 영국 - 창원 패턴을 반복했다. 그런데 다시 말하면, 그건 죽어가는 나를 방치한 게 아니라, 살리고 있던 거다.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저 소제목 '나는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를 제일 먼저 봤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기저에는 늘 죄책감과 자괴감이 조금씩 깔려있었으니, 하늘이 주는 위안 메시지일 수도 있겠다. 그럴 필요 없는 거니까.
나는 지속적인 거절을 받은 적도 없고, 스토킹과 범죄에 준하는 행동 근처도 간 적 없다. 지난여름부터 한 번이라도 이러지 말라는 말을 들었으면 앨범도 안 냈다.
무엇보다 저 페이지에 나온 '조금 부족한 남성'과 다르다. (내가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