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나는 고3이었다. 눈 뜬 모든 순간 실용음악과 가는 것에 매달렸다. 그렇게 10년을 하니, 이제 내 스타일이 뭔지 알겠다.
나는 발라드를 절절하게 잘 부르고 싶었다. 자우림 김윤아 님처럼 깊이 있는 목소리를 내고 싶어 했던 거 같다. 그런데 그건 내 장점이 아니다. 내 특색은 맑고 고운 목소리다.
2018년에 발매한 '기다림의 끝' 또는 '바보라서' 음원을 들어보면, 더 맑게 내 목소리대로 부르면 좋았을 텐데, 톤을 잘못 잡은 느낌이다. '친구 아닌 너', '착해 빠진 게 아냐'에 담긴 통통 튀는 발랄한 목소리와 차별점을 두고 싶어 했다. 상반되는 두 가지 음색을 쓸 줄 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내 목소리와 감성을 제대로 찾은 건 이번 1집부터다. 타이틀곡 '아직, 너를'은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하고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잔잔해보이지만 그 속은 얼마나 요동치고 있는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마치 맑은 호수의 물결 위에 손바닥을 갖다 대는 느낌이다.
톤도 좋았고, 무엇보다 전달력이 좋아졌다. 애절하고 구슬프게 터져야 슬픈 게 아니다. 사실 감정이 마구 터지면서 부르는 게 더 쉽다. '아직, 너를'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을 절제해야 오히려 노래가 산다. 가장 후반부에 나오는 '사랑해' 3단 콤보를 잘 부르려면, 그 부분이 나오기 전까지도 그 '아림'을 잘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노래에도 내면의 '단단함'이 드러난다. '으아악 사랑해. 부서질 거 같애. 아아아악'하는 게 아니라 '응. 난 널 아직 사랑해.'하고 뭔가 심지가 굳건한 느낌이다.
'사랑해'는 제목처럼 아름다운 '러브레터'답게, '아직, 너를'은 상처를 딛고 나아간다는 내용을 담은 만큼 아련하지만 단단하게, '그런 너라도'는 그런 너라도 좋다고 기다린다며 살짝은 장난스럽지만 사랑을 담아, 마지막 '있지'는 이젠 그냥 떠올려주기만 해도 좋다는 가슴 아픈 고백을 참 잘 불렀다.
스타일 확립과 전달력은 다른 영역인데, 그 두 가지가 모두 발전한 것이 느껴져서 좋다.
Thanks ag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