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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야 내 무섭다

by 이가연

2017년부터 취미로 스냅 촬영을 다녔다. 오늘은 지금껏 촬영 중 가장 멀리 이동했다. 사진사님이 마침 주말에 바닷가에 다녀오고 싶었다고 하셔서, 같이 차 타고 서해로 갔다.


인천 공항 뒤에 이렇게 해수욕장이 있는 줄도 몰랐다. 차 타고 아시아나, 대한항공, 티웨이, 진에어까지 비행기가 날아가는 걸 봤다. 다음에 또 서해 바다에 가고 싶으면, 집 앞에서 공항 버스 타고 인천공항까지 갔다가 택시를 타든 버스를 타면 된다. 그런데 혼자서는 안 갈 거 같다. 그냥 마음먹고 동해를 가지 않을까.


바닷가 근처는 좀 시원할 거라 기대했는데, 아주 열기로 가득했다. 그래도 바닷물에 발을 담갔을 때는 시원했다. 다만 서해를 겪어보는 게 거의 처음이라, 모래사장이 아니라는 걸 깜빡했다. 나에게 한국의 바다는 광안리가 제일 익숙하다. 그다음이 동해다. 그러니 이렇게 발바닥이 까끌까끌 걸어 다니기 힘들 줄 몰랐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바닷가에서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나눠줄 때였다. 사우스햄튼에서 이미 갈매기는 맨날 봐서 익숙했는데, 그렇게 내 주위로 한 3-40마리가 몰려드니 무서웠다. 가까이서 푸드덕푸드덕거리면 갈매기가 장난 아니게 크게 느껴진다. '얘네는 나를 해치지 않는다. 해치지 않아.'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해치지 않을 거란 믿음은 있었지만, 너무 내 얼굴과 얼굴 위쪽에서 큰 게 왔다 갔다 거려서 자꾸 고개를 피하게 되었다. 머리 크기와 갈매기를 보라.



바닷가를 나와선 카페로 갔다. 카페테라스 쪽에 요트가 있어서 여기도 촬영할만했다. 카페 이름이 'Quay Cafe'였는데, 당연히 난 또 사우스햄튼에 있던 'Westquay'가 생각났다. 한국 사람이면 카페 이름을 '퀘이 카페'라고 읽을 거 같은데, 안내문에 '키 카페'라고 쓰여있는 걸 보면서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바닷가에 발 담그고 사진 찍은 것도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고, 갈매기에 새우깡 준 것도 처음이고, 한국에서 가족이 아닌 남의 차에 타본 것도 최소 5년 이내에 처음이었다. 이렇게 처음인 것이 많으니, 나는 나이가 먹어도 참 세상에 아직 재밌고 신나는 게 많을 거 같다. 나중에 애인이 나를 데리고 다닐 맛도 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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