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못 벌지만 일입니다

by 이가연

직업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았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수입이 거의 없어도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미니 앨범도 있는 나를 가수 지망생이라고 할 수 없다. 이건 7-8년 전에도 자존심 상하던 일이다. 그동안 먼 길을 달려왔다. 직업의 사전적 정의에 딱 한 단어만 붙이면 지금의 나다. '향후'.


가수로 생계유지가 전혀 되지 않는데, 그렇다고 가수 지망생도 아닌 이 애매한 상태. '가수의 정의'는 2017년에 썼던 에세이에도 쓰여있는 내용이라, 2025년이면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질 줄 알았다. 2016년부터 네이버에 가수로 등록이 되어있었고, 언젠가부터는 내 나무위키도 생겼었다. 하지만 동명이인이 늘어남에 따라, '이가연'을 검색하면 계속 후순위로 밀리게 되고, 나무위키는 내가 수정할 줄도 모른다.


하다못해 당장 죽어도, 동생이 네이버에 들어가서 사망 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나는 계속 살아있는 사람으로 나올 것이다. 누군가 보도자료를 돌리지 않으면, 사망했다는 기사도 하나 뜨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유언장에 써놓아야 할 판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적성과 능력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계속해서 종사하는 일'이다.


'공연팀 지원을 위한 서치'는 매일 한다. 아무 이유 없이 노트북을 켜면, 습관적으로 즐겨찾기에 저장되어 있는 공연팀 모집 사이트들을 본다. 2017년부터, 코로나 및 영국에 있던 시기를 제외하면 항상 그래왔다. 이 과정은 취업준비생하고 비슷해 보인다. 공고를 찾고, 이메일 보내기를 반복한다. 공연이 1회성이라는 것과 경쟁률이 100대 1을 할지, 몇백대 1을 할지 모른다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공연팀 페이를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나도 가수다'를 유지할 수 있다.


'영상 제작'은 일주일에 몇 번씩 한다. 특히 올해는 미니 1집 관련 홍보 영상만 지금까지 58개를 제작했다. 나를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유튜브 뮤직에 '이가연'을 검색해서 노래를 듣지 않을 테니, 어떻게든 쇼츠를 많이 만들어서 노출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나 역시도 쇼츠를 보다가 좋은 배경음악이 나오면 찾아서 듣기 때문이다. 수익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공연팀과 다르게, 이 과정에는 수익이 전혀 없다. 지금껏 올린 유튜브 영상이 곧 600개에 달하는데도, 아직도 영상 올리는 일이 설레고 즐겁다.


마지막으로 '향후 활동 계획'은 신곡 발매, 미발매 자작곡 검토하기, 레퍼토리 체크 등이 있다. 이번 주는 8월 11일에 발매되는 신곡 녹음은 언제 어디서 할지, 11일 공연에서는 무슨 노래를 부를지 정할 것이다.


신곡을 발매해도 한 달에 몇 백 원이고, 이번 주 공연도 수익이 없지만 그래도 좋다.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 9년 동안 지속할 수 없었다. 뮤지션이라는 정체성은, 내가 진심으로 원하고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포기'라는 건 생각도 들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 줬다. 돈이 없어서 신곡을 자주 못 냈을 뿐, 항상 많이 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듣지 않아도, 유학에서 얻은 가장 큰 점이 곡을 많이 써온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쭉 공연팀에 지원하는, 영상을 올리는, 향후 어떤 활동을 할지 계획하는 그 자체를 즐기고 설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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