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 사랑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

by 이가연

연애하고 헤어질 때, 울며 불며 매달리는 걸 안 해본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러고 며칠 만에, '내가 그 사람을 만났었다고? 인생에 존재했었다고?'싶을 정도로 새까맣게 잊는다. 친했던 친구는 가끔 찡하고 생각이 나는데, 남자는 완전 기억 부정 및 삭제다. 이것이 남들은 '오잉?'싶은, 내겐 익숙한 ADHD 증상이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사랑을 갈망해 온 것 같다. 소중했던 친구에겐 분노하고, 남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 떨어져 오기만 했는데, 내 무의식은 얼마나 '상대가 어떻든, 무슨 말과 행동을 하든, 무조건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끼길 원했을까.


그게 설령 나만 그렇더라도 말이다. 당연히 나와 상대가 같은 마음이면 최고다. 그런데 난, 내가 그런 마음을 상대에게 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하늘이 놀랄 일이었다.


오빠와 제이드는, 아무리 몇 번 화를 냈던 적이 있어도, 한 번도 차단이나 삭제를 생각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친구 관계도 이미 내가 끌어당기는 사람이 달라졌다. 성인이 된 이후로, 전례 없는 가장 안정적인 친구 관계를 맺고 있다.



친구로부터 분노 이슈가 터지지 않고 잘 되는 걸 보고, 사랑도 되기를 더욱 바라온 것 같다.


왜 그렇게 연애가 다 한두 달 안에 끝났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여자가 싫어할 만한 특징을 다 가지고 있었어서 3주면 이미 정 떨어졌다고 했다. 예를 들어, 늦으면 화날 거 같다고 말을 해도 계속 30분씩 늦고, 빨리 '낳'으라하고, 나이가 거의 마흔인데 같이 있는 매일 밤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는 등의 특징이 한 사람당 여러 개씩 있었다고 보면 된다.


왜 사귀었냐고? 그게 ADHD다. 이 의문을 2019년부터 작년까지 품어왔다. 찾아보니 흔한 증상이었다. (또한 내가 먼저 하도 적극적이니 바로 사귀어, 남자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다 문제가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좋아했으면 만난 지 한 달 안이면, 여자의 심기를 그렇게 거슬리게 하지 않고 노력을 한다.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지금 친구들은 10 중에 9가 맞다. 친구는 그 정도 맞아야 되는 거 같다. 만일 9가 맞는 남자를 만난다면 그건 소울 메이트다. 별문제 없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딱 제이드와 나 같은 관계도 나는 바란다.(얘가 오빠가 있었더라면...)


그런데 5만 맞아도 문제 없는 내 모습을 보고 싶다. 내가 아무리 담배 피는 사람은 같이 대화 가능한 선상에도 두지 않던 사람일지라도, 내 앞에서 안 핀다면 문제 없는 걸 보고 싶다.


외출할 때마다 옷을 뭐 입을지 패션 쇼를 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러는 사람 이미 집에 한 명 있다. 브랜드 향수가 한 30개 쯤 되는 내 동생이다. 내가 뭘 입든 뭐라 안 하고 자유를 존중해주면, 한 시간 동안 옷 얘기만 해도 재밌게 듣는 내 모습이 보고 싶다.


사람을 갈망해온 것도 맞고, 궁극적으로는 그런 내 모습, 그런 사랑을 바라왔다.



쇼핑몰 한 번 갔다왔다고 글이 쏟아진다. 오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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