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캡슐

by 이가연

자살 시도 경험이나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은, 독이 든 캡슐을 머금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라 하셨다. 그 표현이 참 와닿았다. 강연자님도 자살 예방 캠페인도 하고, 30년을 극복해왔지만 트라우마가 사라지는건 아니라서 스스로가 자살에 취약한 사람이라고 인정하신다고 하셨다.

나도 그렇다. 그렇게 강연자님도 인정하시니 뭔가 마음이 편해졌다. 나만 그런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 극복은 극복이고, 취약한 건 취약한 거다.

현재 나는 사고로도 절대 죽어선 안 된다는 마음이 강하다. 역설적으로 이렇게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 이것도 취약 인자다. 설렁설렁 '사니까 사는 거지' 하고 월급루팡하던 사람은 번아웃도 안 온다. (사실 이 마음을 먹게 된 이유는, 내가 사고로라도 죽으면 나에게 죄책감을 느낄 사람이 평생 짐을 안고 살게 하기 싫기 때문이다.)

커리어와 관계에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모두 희망이 없게 느껴지면 바로 보호 관찰 필요한 사람이 된다. 위험한 예시이지만, 만일 내가 큰 사고로 목을 뚫어버려서 다시는 평생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사고로 가족들이 나 빼고 다 죽었다면, 100억이 있어도 안 될 거 같다.

그런데 그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할 확률이 얼마나 되나. 우리 가족이 그렇게 다 한꺼번에 움직이는 사람들도 아니고, 한 명이라도 살아있을 거 아닌가. 한 명이라도 살아있으면 산다.

그래서 독이 든 캡슐이란 말이 맞는 거 같다. 터질 일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하지만 터지면 즉사인 걸 안다.

독이 든 캡슐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은, 사는 게 소중하다. 사는 게 당연하지가 않다. 나 역시도 생명 지킴이 교육을 자발적으로 이수했고, 어떻게든 사회에 기여하고자하는 마음도 높다.


터지면 즉사인 다른 심장병과 같은 질병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삶을 소중히 대하고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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