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떻게 지내는지'하며 노래를 시작할 때면 거의 항상 영국 학교 캠퍼스가 떠오른다.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다. 그런 장면에 잠겨서 노래를 부르면, 몰입이 잘 되어서 떨림이 줄어든다. 무대 긴장감보다 그리움이 더 크면 그 부분에선 좋다.
문제는 2절 마지막 후렴이다. 감정이 앞서 '원하는 대로 노래를 표현하지 못하면' 그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다. 첫째는 그 당사자가 저 앞에서 듣고 있다고 생각해서 노래를 절대 망치면 안 된다고 각인시키는 거다. 둘째는 내가 지금 아주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고 저 곡을 쓰고 부르던 시절은 까마득한 옛날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아무래도 후자가 낫다. 전자는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었던 파트가 '아직 네가 보고 싶어 언젠가 한 번이라도' 이 부분이다. '이 무대 끝나면 볼 거야. 오늘도 볼 수 있고, 내일도 볼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어'라고 최면에 걸린 상태여야 똑바로 부를 수 있을 거 같다. 마지막 후렴 '아직 너를 사랑해서'를 시작할 때부터, '그럼 사랑하지 안 사랑하냐. 당연한 걸 부르고 있어.'라고 생각해야 된다.
아주 좋다. 골방에 혼자 틀어박혀 슬퍼하고 무대에 선 순간엔 딱 빛이 날 것이다. 그게 예술가지.
다 안 되면 마지막 방법이 있다. 결선에 올라 상금 얼마를 받든, '너 때문에 쓴 곡이니 10%를 주겠다'라고 했다고 가정하는 거다. 내가 돈을 받을 생각을 해도, 줄 생각을 해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지 않겠나. 1등 상금 2천만 원이다.
강릉 경포호수광장
8월 10일 일요일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