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집은 어떤 앨범인가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들이다. 첫 트랙부터 살이 아리듯 슬프고 아프고, 두 번째 트랙에선 그 그리움이 심화가 되며, 세 번째 트랙에선 때론 장난 섞인 원망도 섞이고, 마지막 트랙은 땅이 꺼질듯 비통해하며 그 마음을 소화하는 과정이 담겼다. 곡 제목을 순서대로 연결하면 '사랑해 / 그런 너라도 / 아직 너를 / 있지'가 되는 것도 그 주제를 드러낸다.
2. 싱어송라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미덕은 무엇일까
자기 개방성, 용기, 사랑할 줄 아는 능력
누군가와 깊고 진지한 관계를 맺는 것이 낯설고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나랑 깊고 진지해지는 사람들은 다 나와 비슷하니 그런 관계가 맺어졌을 거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다'인 사람이 예술을 할 수 있겠나. 사람을 좋아해서 적극적으로 사람과의 연결을 찾고, 한 번 사랑하면 지구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예술을 한다. (그리고 정신과 단골손님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랑만으론 안 된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걸 용기, 내 마음을 다 던질 용기, 그 용기가 뒷받침해 줘야 실패도 하고 상처도 받고 음악이 나온다. 하지만 그렇게 음악이 나와도 자기 개방성이 약하면 어떻게 될까. 방구석에서만 불렀을 거다.
3. 성공한 가수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원할 때 공연하고 원할 때 앨범낼 수 있는 상태.
4. 당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 있는가
이 질문을 들으니, '내가 좋아한다는 게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하는 인터넷 밈이 떠오른다. 그건 표현이 과하다. 늘 자기 검열한다. 내가 세상에 뿌리고싶은 건 사랑이지 상처가 아니니까.
5. 개인의 경험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 고통스럽지는 않나
글로 옮기지 않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 같다. 원래는 이 정도까지 감정이 아니었는데, 내가 괜히 노래와 글을 많이 쓰면서 감정을 되새김질하느라 감당할 수 없이 커져버린 게 아니냐는 자책도 아주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 과정을 통해 증오가 커진 것도 아니고 사랑이 커진 게 문젠가. 고통스러웠던 순간도 매우 많았지만, 최근 들어 과거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의식적으로 떠올려 각인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서 좋아졌다.
6. 지금도 사랑을 하고 있나
사실상 내가 태어나 해본 가장 큰 사랑은 사람이 아니라 음악이다. 무려 초등학교 때부터 노래와 무대 서는 것을 좋아했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꿔 지금까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참 오래되고 진지한 사랑이다. 그때부터였나. 짝사랑에 너무도 익숙해진 게.
7. 최근 음악이 아닌 어떤 일에서 큰 즐거움을 느꼈나
상호 무페이 촬영을 즐겨한다. 이번 달에만 촬영을 두 번 다녀왔다. 한 번은 서해에 가서 갈매기들에게 새우깡도 뿌리며 '올해의 사진'을 건졌고 어제는 어린이들의 핫플레이스에 가서 사진과 영상들을 얻었다. 둘 다 혼자가기는 뻘쭘하고 할 일도 없는 곳들이다. 그 즐거움의 십 분의 일도 느끼지 못했을 거다. 이번 주말에는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사실상 실내 촬영만 가능한 날씨다.
*이 글은 책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인터뷰집)에 나온 질문들을 통해 영감을 받고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