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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그동안 수고했어 D-16

by 이가연

지금껏 여러 곡을 발매했어도, 곡마다 작업이 수월하지 않다. 이번엔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에서 막혔다. 이렇게 한여름에 녹음을 해본 것이 오랜만이라, 녹음실에서는 잡음이 들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에어컨을 켜면 안 된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이미 녹음실 도착했을 때도 땀범벅인데, 땀이 식기도 전에 녹음을 시작했다.


처음 간 녹음실이라, 엔지니어 분도 처음이었는데, 뭔가 계속 답답하게 느껴졌다. 땀은 주룩주룩 나서 더위로 이미 정신은 멍해졌고, 녹음 진행도 수월하게 안 되니, 그 찝찝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오늘 녹음은 못 쓰겠다는 판단이 이미 들었다.


또한 지난 앨범 전곡 믹싱, 마스터링 맡아주신 분께 그대로 맡기려고 했는데, 현재 의뢰를 받지 않고 있다고 하셔서 새로 구해야 하게 되었다.


8월 5-6일에는 유통사에 자료를 넘겨야 한다. 그렇다면 늦으면 8월 1일까지 녹음을 끝내면 된다. 믹싱 마스터링은 2-3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렇게 촉박하진 않다. 하지만 이미 믹싱을 맡겼다가 망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다시 맡겨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최소한 3일의 여유는 두고 마치고 싶다.




무의식에 늘 깔려있는 '이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가 제일 힘들게 하는 것 아닐까. 아무리 몇 달, 몇 년 뒤에 닿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도 나도 사람인데.


미니 1집 이후로,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8월 11일 내 생일에 맞춰 싱글을 또 준비한다. 이번 앨범 소개 글은 또 뭐라고 쓰려고. 지난번엔 '한 번도 내 사람인 적 없던 너에게, 마음을 담아'라고 했다.


문득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추수감사절엔, 크리스마스엔 나가겠지'하던 사람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그냥 살았던 사람이라던 얘기가 떠오른다. 하루하루 잘 살고 있어도 그런 희망이 드는 건 막을 수가 없다. 3월엔 생일 영상, 4월과 5월엔 앨범, 이제는 8월 내 생일과 신곡이다. 작년엔 12월 졸업식, 9월엔 창원 브이로그, 줄줄이 계속 있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라는 생각에 이미 절여있다.


그중에서도 앨범 발매는 에너지가 정말 많이 든다. 5월에 무려 첫 미니 앨범을 냈으면, 올해는 이제 그만 내도 된다. 지금 벌이도 없는데, 그게 다 돈이다. 커리어 욕심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는 거 같아서' 나는 계속 몸에서 피가 쫙쫙 빠져나갔다.


더 한다고 달라지는 거 없다. 이미 충분히 했다. 지금 당장 싱글 몇 곡 더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은 뭘 할 게 아니라 회복해야 하는 시간이다'라는 생각을 작년 9월부터 했는데, 지난 1년이 태어나 가장 최악의 시기였다.


미니 1집을 내면 정말 이게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 할 데까지 다 해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최종_최종_진짜최종_이게마지막.hwp'를 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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