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이라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최면 상담 이후로, '상처받았었다'가 아니라 '사랑받았었다'로 바뀌었다. 상식적으로, 나에게 남은 게 상처받은 기억이면, 나는 나를 본능적으로 보호할 텐데 왜 1년 반 동안 그 기억과 마음을 유지하고 있었겠나. 나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그동안 얘를 놓지 않고 마음에 품었던 건, 사랑받았다는 기억 때문이었다.
평생 연애는 한두 달 밖에 못 해봤고, 걔도 친구로 3개월 알고 지냈다. 연애하면서 남자한테 그런 챙김이나 따뜻함이나 사랑을 못 받아본 거다. 생각해 보라. 내가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남자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갑자기 사귄 지 2-3주 만에 파국이 날 정도로 싫어졌겠나. 싫다는 걸 계속하고 계속하고 정 떨어지는 말과 행동들을 그 2-3주 안에 골라했다. 얘도 막판에는 '제발 본인에게 정 좀 떨어지라는 듯한' 말과 행동을 했다. 그런데 한 번도 싫어졌던 적이 없다. 이제와 생각하니 그건 답이 너무도 쉬웠다. 상대방이 진심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얘는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친구일 뿐임에도, 연애에서도 못 느껴본 걸 받았다. 그건 당시 걔가 한국에 여자친구가 있었으니, 상당히 잘못됐던 거지만, 내가 받은 마음이 그랬다는 걸 깨달았다. 내 무의식에 행복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만일 현재 걔가 여자친구가 있다면, 그리고 내 브런치를 읽고 있다면, 선 넘는 글들은 진작 많이 썼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고 편히 쓰겠다.)
또한 역시 난 강한 사람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심리 상담을 받아왔고, 상담 시간에는, 별로 안 얘기하고 싶은 것도 마주하고 말해야 된다. 내 감정이 지금 이렇구나 인지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나의 감정도 수용하는 훈련을 해왔다. 그러다 이제는 맞는 상담사를 못 찾고 있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금껏 해본 적 없던 '최면 상담'을 찾았다. 상담사도 없고, ADHD 약도 부작용으로 못 먹어도, 뭐라도 방법을 찾아서 치료해야 할 것이 아닌가.
'역시 내가 더 그릇이 큰 사람이야 우훗훗'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사랑을 줄 줄도, 받을 줄도 아는 사람이다. 그럼 내가 먼저 사랑을 주겠다. 세상을 더 사랑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