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새로운 시도로 재밌어진다. 올해 파리와 오사카를 다녀오고 나서 후회했다. 이미 한 번 가봤어서 재미가 없었다. '그 돈이면 영국에 며칠을 더 있을 수 있었는데' 싶다.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스에 처음 갔을 때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좋아했는데, 두 번째, 세 번째 가니 '내가 여길 왜 그렇게 좋아했지?'싶었다. 그래서 다음 달 일정은 한 번도 안 가본 케임브리지, 윈저, 그리니치, 워딩, 더들 도어 등으로 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새로운 장소로 발걸음이 잘 안 떨어진다. 갔던 데만 또 가게 된다. 런던 가면 매번 똑같은 코벤트 가든 & 소호 거리를 걷는다. 이제는 익숙함 속에 새로움을 추가하기로 했다. 너무 새로우면 불편해하는 것 같으니, 은근슬쩍 새로움을 끼워 넣는 거다. 지난 3개월 동안 했던 시도 중, 그 예시를 찾아봤다.
1. '아직, 너를' 큰 무대 공연
강릉 버스킹 대회 본선에서 불렀던 2곡 중 1곡은 큰 무대에서 한 번도 불러본 적 없는 곡이었다. 인어공주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어느 나라 대통령 앞에서도 안 떨고 부를 수 있는 노래지만, 이 곡은 위험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진짜로 첫 곡은 잘했는데, 뒷 곡은 좀 망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하나는 익숙한 곡, 하나는 신선한 곡을 시도한 점이 좋았다.
2. 영풍문고 IFC몰도 아지트로
여의도에 이사 와서, 얼른 집 근처 도보 거리에 아지트를 세 곳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좋든 싫든, 그 동네가 살만해지기 때문이다. 사우스햄튼도 학교 때문에 간 거고, 여의도도 가족 때문에 이사 온 것이기 때문에 내가 온전히 그 구역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우스햄튼은 밀크티집과 메이플라워 파크를 참 좋아했고, 여의도는 여의샛강도서관과 북카페 아크앤북을 좋아한다. 다른 곳들은 몇 번 가봤지만 '아지트'가 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제 '영풍문고 IFC몰'도 아지트에 추가되었다. 앞선 두 장소보다 조금 더 많이 걸어야 하고, 기본적으로 쇼핑몰을 안 좋아해서 IFC몰에 영풍문고가 있다는 걸 알아도 잘 안 갔었다. 그런데 영풍문고 안의 즐거움을 발견했다. 앉아서 책 읽는 공간이 키즈 코너 옆이라, 애기들 옆에 앉아서 책 읽는데 기분이 좋았다.
3. 회화 수업에서 영어 시험 대비
나는 영어 '회화' 수업만 해봐서, 시험 대비를 도와줄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 못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중학교 검정고시 영어 시험 대비를 봐주게 되었다. 간단한 영어 문장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아는 단어가 'hi'와 'sorry' 수준일지언정, 어떻게 해야 찍어서 맞출 확률을 높일 수 있나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재밌었다.
4. 시각 장애인 아동 대상 봉사
시각 장애인 성인 대상 강의와 봉사는 해봤어도, 아동 대상은 처음이었다.
5. 여수 + 순천
여수에 이미 두 번째 와보는 거라 할 게 없어서, 순천에 갔다. 정말 딱 '드라마 촬영장'만 보고 여수로 돌아왔다. 역시 마산에서 해양 드라마 촬영장을 좋아했던 것처럼, 나는 이런데를 좋아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처음으로 무궁화호도 타보고, 순천도 가봤다. (무궁화호는 다시는 안 타기로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