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상처가 좀 치유가 되니까, 이제는 맨날 돈 걱정이 든다. 통장 잔고의 문제가 아니다. 수입은 없는데 쓰기만 하니, 내가 정기적으로 돈을 벌 순 있긴 할지 모르겠으니, 9월 영국 다녀오고도 앞으로 영국에 두 번은 다녀올 돈이 있어도 불안하다. (사실 돈을 벌기 시작해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일 거다.)
낭비했다고 느끼는 돈은 거의 없다. 올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5월 영국과, 미니 1집 발매였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으면 사는 게 맞다. 특히나 이렇게 정신과 왔다 갔다, 약이 자꾸 안 맞아서 바꾸고 바꾸는 과정에 있다면, 대출받아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행복을 살 수 있으면 사는 게 옳다. 전부 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였다. 사치였던 것이 없다.
상처가 치유된 덕분에, 영국 가고 싶어서 전처럼 미쳐버리진 않을 것이다. 창원은 그 한 사람 때문인지라, 이제 갈 이유가 눈곱 짜가리만큼도 없다. 반면 영국은 친구가 살고, 내가 살았던 곳이라 아직 가고 싶을 이유가 남아있다. 전처럼 미치진 않더라도, 가고 싶긴 할 거다.
지금까지는 '진짜 죽을 거 같아서' 영국행 비행기표를 끊었다면, 이제는 그걸 보상으로 바꾸기로 했다.
1. 획기적인 수입을 얻었을 때
내 직업은 갑자기 돈이 훅 들어올 직업이다. 점쟁이도 나는 3년 치 돈을 3일 안에 벌고, 3년 동안 일이 없을 수 있다고 했다. (대회 1등 했으면 2천만 원이니 말이 된다.) 이번 여수, 강릉 무대도 지금까지 받아본 페이 중 최고 페이였다.
2. 주 1회 이상 정기적인 수입을 찾아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었을 때
당장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자주 아파서 정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긴 한가'에 대한 불안이 크다.
3. 80만 원대 왕복 비행기표를 찾아냈을 때
이번에 매일 새로고침하여 왕복 직항 110만 원대로 끊었다. 역대 최저다. 그것도 다 노력이 필요하다. 2월은 비수기라 100만 원 이하가 쉽게 나온다.
4. 2주 동안 영국 가서 생각보다 돈을 절약했을 때
사실 그동안 여행 가서 가계부를 써본 적이 없다. 여행이라고 그냥 막 썼다. 거긴 한 끼에 3만 원이 우습다. 기차는 3-5만 원씩 매일 탄다. 쇼핑이라곤 서점에서 책만 사는데, 책을 5-6권씩 산다. 이번엔 매일 가계부를 쓰고, 쓸 수 있는 여행비를 한정시켜 둘 거다. 어차피 공원에 가만 앉아만 있어도, 6천 원짜리 맥주 한 잔 시켜놓고 친구랑 수다 떨어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목표는 '펍에서 3번 이상 공연하기'이다.
이 중 2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내년 2월에도 일주일 다녀오는 보상을 줄 거다. (높은 확률로 3,4번이 될 거 같다.) 이번에는 갈망이 너무 크던 시기에 끊어서 확 2주를 예약했지만, 일주일이 제일 부담 없고 좋다. 내년 2월 런던에서 음악 교육 엑스포가 열리는데, 작년에 많이 좋아했다. 물론 처음 갔으니 좋아한 거고, 두 번째 가면 그만큼 감동은 덜할 거란 걸 염두해야 한다. 또한 2월은 날씨도 안 좋을 거다.
'한국에서 죽을 거 같아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살아서 보상으로' 영국을 찾을 생각에 벌써부터 내년이 기대가 된다.
(잠깐.. 이 엑스포가 가고 싶다는 건... 비즈니스 트립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