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틀 준비

by 이가연

정확히 한 달 뒤면, 석사 과정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리사이틀이 있다.


가장 중요한 파이널 리사이틀은 9월 말에 있을 예정으로, 다른 과 학생들이 논문을 제출하는 것처럼 Music Performance 학생들은 혼자서 졸업 공연 발표를 한다. 이번 리사이틀은 30분, 파이널 리사이틀은 50분으로 졸업 후엔 총 80분의 콘서트 레퍼토리가 생긴다. 그저 행사, 공연용 노래가 아닌, 소위 '평가받을 만한 테크닉을 보여줄 수 있는 난이도 중상 이상 노래'로 구성된 완벽히 준비된 레퍼토리다.


코로나 때 대학교를 다녀서 영상 제출하고 학점 받은 기억은 있어도, 실제로 노래를 부르고 점수가 나오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노래에 점수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아무리 평가 기준이 있다고 한들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평가 기준은 전문성 20%, 테크닉 40%, 음악적 이해 40%이다. 하지만 평가 기준표에 나와있는 1등급 Very Good Professionalism과 2등급 Good Professionalism은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른다. 한 마디로 심사위원 마음이다.


그래서 스스로 평가 내릴 수 있는, 나만의 평가 기준표를 만들기로 했다.



1. 밴드와 합이 잘 맞았는가

3곡은 피아노 반주, 3곡은 밴드와 함께한다. 방학이 끝나는 1월 2주에 합주를 시작하면 준비할 기간이 약 2주밖에 없어 시간이 촉박하다. 멤버들에게 원하는 바를 명확히 지시하고 성공적인 합주와 리허설, 본 공연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2. 몰입했는가

6곡 모두 가사와 분위기에 맞게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설정했다. 마치 연기하듯, 뮤지컬 노래를 부르듯, 장면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내 잘못이야'를 부를 때는 가사에 나온 장면과 같이 울적한 날씨에 쓸쓸히 혼자 한강을 걷고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


3. 프로다웠는가

공연에서 가사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기술적인 문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가사 실수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무대 위에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도 다양하게 일어난다. 최선을 다한 연습과 효율적인 리허설 활용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은 어느 정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4. 즐거운 분위기를 형성했는가

잘 모르는 사람의 30분 공연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노래를 부르든 공연은 재밌어야 한다. 그렇기에 보통 공연에서 레퍼토리 순서도 익숙한 곡 - 미디엄 템포 - 신나는 곡 - 발라드와 같이 비슷한 템포와 분위기의 노래가 연달아 배치되지 않게 전략적으로 세운다. 그 뒤엔 각 곡마다 무슨 멘트를 할 것인지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관객 얼굴을 마주하고 멘트를 즐겁게 해야 나도 관객들도 마음이 편안하다. 중간중간 웃음이 터져야 지루하지 않고 다음 노래가 기대가 된다. 이 중 내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평가 요소다. 분위기 형성이 되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는 나도 어딘가 불편한 마음에 몰입이 깨지고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도 어렵다.


5. 65점 이상 받았는가

위 다섯 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는 70점 이상이 1등급이다. 70점을 넘기지 못했다고 해서 본인 스스로 매우 만족스러운 공연을 하고도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내가 만족할 만한 공연을 했다면, 65점은 넘겼을 거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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